역성장 한국경제 하반기엔 회복? '더 나빠진다' 암울한 전망도
한은·정부 '상저하고' VS LG硏·노무라 '상고하저' 엇갈려
"금리·물가·부동산에 급격한 소비위축, 하반기 본격 침체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박대한 민선희 오주현 기자 = 2년 반 만에 다시 뒷걸음친 한국 경제가 과연 언제쯤 회복될지에 경제 주체들과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은행과 정부는 대체로 경기가 올해 상반기 바닥을 찍고 하반기 반등하는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오히려 하반기에 더 나빠져 본격적으로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이처럼 기관마다 전망이 엇갈리는 가장 큰 이유는 금리·물가·부동산 등에 짓눌린 국내 소비, 중국 등 글로벌 수요의 회복 강도나 속도에 대한 예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 한은·정부 '상저하고'…"하반기 중국 등 세계경제·반도체 경기 회복"
한국은행이 지난해 11월 내놓은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1.3%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잠재 성장률 추정치(2% 안팎)를 밑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하반기의 경우 성장률이 상반기보다 0.8%포인트(p)나 높은 2.1%에 이르면서, 연간 성장률을 1.7%까지 끌어올린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한은은 '상저하고' 예측의 근거에 대해 "하반기 이후 대외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부진이 점차 완화될 것"이라며 "상품 수출 증가세도 글로벌 수요 감소 등으로 둔화 흐름이 이어지다가, 하반기 이후 중국과 IT(정보기술) 경기 부진이 완화하면서 반등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3일 이창용 한은 총재와 금융통화위원회가 "글로벌 경기 둔화,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올해 성장률이 11월 전망치(1.7%)를 밑돌 것"이라고 진단한 만큼 다음 달 수정 경제 전망에서 성장률 예상치가 하향 조정되겠지만, '상저하고' 시나리오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 26일 작년 4분기 역성장(-0.4%)을 발표하면서 여전히 "우리 경제는 주요국 경기둔화 정도, 방역 완화 이후 중국경제 회복 속도 등에 영향을 받을 텐데, 종합적으로 보면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가 개선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1.6%를 제시한 정부의 시각 역시 한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6일 "올해 1분기의 경우 기저효과, 중국 경제 리오프닝(오프라인 활동 재개) 등에 힘입어 플러스(+) 성장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며 "상반기 우리 경제는 세계 경제 위축 등으로 매우 어렵겠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세계 경제와 반도체 업황 개선 등으로 점차 회복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 역시 지난 19일 발표한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1.8%로 크게 낮추면서도 '상저하고'(상반기 1.6%·하반기 2.0%)를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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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기관 올해 상·하반기, 연간 성장률 전망 비교 │
│※ 각 기관 자료 취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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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상반 │2023년 하반기 │2023년 연간 │주요 전망 내용│
│ │기 성장률 │성장률│성장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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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1.3%│2.1% │1.7%│ㆍ하반기 중국 │
│ ││ ││·IT 부진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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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 │1.6%│ㆍ세계경제·반│
│ ││ ││도체 업황 개선│
│ ││ ││에 하반기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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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연구원│1.6%│2.0% │1.8%│ㆍ적극적 정책 │
│ ││ ││대응시 2% 성장│
│ ││ ││ 도전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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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영연구원 │1.6%│1.3% │1.4%│ㆍ세계경제 약 │
│ ││ ││한 준 스태그플│
│ ││ ││레이션 가능성 │
│ ││ ││ㆍ고물가에 고 │
│ ││ ││용·소비 부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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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라증권│-0.5% │-0.7% │-0.6% │ㆍ고금리·물가│
│ ││ ││, 부동산 부진 │
│ ││ ││등에 하반기 민│
│ ││ ││간소비 -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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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은·정부 너무 낙관적…금리·물가·부동산에 급격한 소비위축 가능성"
하지만 한은과 정부의 이런 전망이 '낙관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LG경영연구원의 경우 올해 성장률 전망치(1.4%) 자체가 한은(1.7%)이나 정부(1.6%)보다 낮을 뿐 아니라, 흐름 역시 '상고하저'를 예상하고 있다.
하반기 성장률(1.3%)이 상반기(1.6%)보다 0.3%포인트나 더 떨어질 것으로 보는데, 우리나라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칠 글로벌 경기 회복이 기대만큼 빠르지 않은데다 높은 물가와 금리가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를 억누르면서 내수 반등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LG경영연구원은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2.2%로 떨어진 세계 경제 성장률은 2025년 2.7%까지 높아지는데 그칠 전망"이라며 "가계의 구매력이 위축되고 있지만, 고물가 부담이 여전해 각국 중앙은행이 큰 폭의 금리 인하 등 적극적 통화정책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수년간 세계 경제의 저성장·고물가가 불가피하고, 침체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강도는 과거 오일쇼크 당시보다 약한 '준(準) 스태그플레이션(Quasi-stagflation)'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올해 한국 경제는 상고하저 흐름 속에 성장률이 1.4%로 낮아지고, 수출 증가율은 0%대까지 떨어지는 가운데 무역수지 적자 상황이 길어질 것"이라며 "펜트 업 소비(지연·보복 소비) 효과가 끝난 재화뿐 아니라 서비스 소비도 코로나 이전 추세에 근접했고, 임금보다 물가가 크게 오르고 고용은 위축되면서 소비 부진도 본격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LG경영연구원)는 미국이 올해 중반, 우리나라와 같은 신흥국은 올해 하반기 경기 침체에 빠진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 경제가 아예 0.6% 후퇴할 것으로 예상하는 노무라증권도 하반기로 갈수록 상황이 개선되기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 위축이 뚜렷해지는 하반기 성장률(-0.7%)이 상반기(-0.5%)보다 0.2%포인트나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1분기를 기점으로 경기 침체에 진입할 것"이라며 "특히 고금리·고물가와 부동산 시장 부진 등으로 국내 소비의 냉각 속도가 빨라지면서 경기 침체를 이끌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민간소비 증가율이 올해 상반기 1.7%(전년동기비)에서 하반기 -2.1%로 추락하면서, 하반기 수출이 다소 좋은 수치가 나오더라도 상고하저 경기 흐름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한은이나 정부의 경제 전망이 지나치게 해외 요인에만 집중돼있다"며 "국내 소비 침체에 따른 경기 둔화가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경기 흐름을 너무 낙관하지 말고 정책 대응을 서둘러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 연구위원은 "정부나 한은은 하반기에 좋아질 것으로 보는 낙관적 견해를 가진 것 같다"며 "따라서 한은도 올해 안에 경기 침체를 고려해 금리를 낮춘다거나, 정부가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고 예상했다.
그는 "올해 내내 '경제 위기다 아니다, 상고하저다 상저하고다'와 같은 논란과 갑론을박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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