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속 대부업 붕괴 조짐…13곳 영업중단에 신규 대출액 80%↓
작년 12월 조달금리 8.65%로 치솟아…"저신용자에 대출하면 손해"
(서울=연합뉴스) 오주현 기자 =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로 인하된 상황에서 지난해 급격한 기준금리 상승 여파로 조달금리가 급등하자 대부업체 가운데 13개사가 영업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영업 중인 업체도 신규 대출을 포기하면서 연말 신규 대출 취급액이 연초 대비 80% 가까이 급감했다.
주로 저신용자들이 이용하는 대부업체들이 개점 휴업 상태에 빠지면서 서민금융 시장은 붕괴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29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상위 대부업체 69개사 중 13개사가 신규 대출 영업을 중단했다.
대부업계 1위 업체인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 앤 캐시)가 신규 대출을 중단한 사실이 알려지며 대부업계의 어려움이 알려졌는데, 이곳 외에도 12개 업체가 대출을 중단했다.
주요 대부업체들이 신규 대출 취급을 포기한 이유는 지난해 기준금리가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서 조달금리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수신 기능이 없는 대부업체는 주로 저축은행과 캐피탈로부터 자금을 차입해 고객에게 빌려준다.
작년 12월 상위 16개 대부업체의 신규 자금 차입 금리는 8.65%였다. 지난해 1월(5.14%)과 비교하면 3.51%포인트(p) 급등했다.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5%대에 머물던 신규 차입 금리는 9월 들어 6%대로 오른 뒤 11월께부터 8%대로 치솟았다.
급등한 조달금리에 더해 경기 악화로 주요 고객인 저신용자들의 연체 위험성이 커지자 법정 최고금리인 연 20% 이하로 대출을 내주면 오히려 대부업체에 손해가 발생하는 상황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대부업계의 대출 원가 구조를 보면 통상 대손비용이 약 8∼10%로 책정된다. 대출 중개사에 납부하는 광고비는 약 3%다.
여기에 현재 8%대인 조달금리를 더하면, 원가만 따져도 법정 최고금리인 연 20%를 훌쩍 넘는 셈이다.
한 대부업계 관계자는 "최근 경기 악화로 저신용자의 연체 리스크가 확대됐는데 법정 금리 상한은 연 20%로 묶여 있다"면서 "업체 입장에서는 저신용자에는 대출을 내주지 못하고, 그나마 대손비용을 줄일 수 있는 고신용자를 까다롭게 선별해 대출을 승인해주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저신용자 대출이 막히면서 대부업체가 취급한 신규 대출액도 급감했다.
NICE평가정보[030190] 기준 대부업체 상위 69개사가 지난해 12월 취급한 신규 대출액은 780억원으로, 작년 1월(3천846억원) 대비 79.7% 줄었다.
월별 신규 대출액은 조달금리가 6%대로 오른 9월에는 2천420억원, 8%대로 오른 11월에는 1천18억원 수준으로 감소한 뒤 12월에는 1천억원 밑으로 떨어졌다.
대부업체 고객도 꾸준히 감소, 작년 12월 상위 69개 업체의 신규 이용자는 연초(3만1천65명) 대비 3분의 1 수준인 1만58명에 불과했다.
법정 최고금리 제도가 최근과 같은 금리 급등기에는 오히려 서민들의 대출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실제 수치로 나타난 셈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1년 대부업 최고금리를 연 24%에서 20%로 4%포인트(p) 인하하면서 약 3만9천명(2천300억원)이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서민 대출에 숨통을 틔우기 위해 연 20%로 제한된 최고금리를 시장금리에 연동시키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서민 이자 부담만 늘어날 것이라는 국회의 반대 목소리가 커 논의가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카드·캐피탈·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취급하는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대부업 대출 금리 수준인 10%대 후반으로 치솟으면서 대부업계는 사실상 존폐 기로에 섰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이제 대부업체는 대출을 내주면 내줄수록 손해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면서 "서민금융이 붕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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