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석유기업 셰브론, 지난해 고유가에 45조원 역대 최대 순익
자사주 매입에 93조원 사용…백악관 "경영진·부자 주주에만 혜택"
작년 4분기 실적은 월가 예상치 하회…주가 장중 4% 넘게 급락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미국의 2위 석유기업 셰브론이 지난해 고유가 덕분에 45조 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순이익을 올렸다.
셰브론은 27일(현지시간)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2022년 연간 조정 순이익이 365억 달러(45조1천억 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해 순익은 셰브론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이고, 2021년 연간 순익의 2배를 넘는다. 종전 기록인 2011년과 비교하면 100억 달러(12조3천600억 원) 많은 수치다.
작년 매출은 2천463억 달러(304조4천억 원)로, 2021년(1천625억 달러)과 비교해 52% 증가했다.
셰브론 등 글로벌 석유기업들은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가가 급등하면서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다.
앞서 셰브론은 풍부한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앞으로 수년간 750억 달러(92조7천억원) 자사주 매입을 추진하겠다고 지난 25일 발표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셰브론이 고유가로 거둔 이익을 활용해 원유 생산을 늘리고 휘발유 가격을 낮춰야 한다면서 이 회사의 자사주 매입 계획으로 경영진과 소수의 부유한 주주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고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셰브론의 750억 달러 자사주 매입 계획이 대형 유통 체인 타깃, 제약회사 모더나,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 등의 시가총액과 맞먹을 정도로 막대한 규모라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서방 에너지 기업들의 작년 전체 이익이 2천억 달러(247조2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미 많은 에너지 기업이 배당금을 인상함에 따라 이들 회사에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요구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셰브론은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 순익을 올렸음에도 작년 4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고, 주가도 장중 4% 넘게 하락했다.
2022년 10∼12월 이 석유 기업의 조정 주당순이익은 4.09달러로 월가 예상치(4.38달러)에 못 미쳤다.
샌키리서치의 폴 샌키 애널리스트는 셰브론의 750억 달러 자사주 매입 계획이 실망스러운 4분기 실적을 가리기 위한 '연막'에 불과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WSJ은 "미국 경제 성장 둔화가 석유 수요를 감소시키고 중국의 코로나19 규제 완화가 천천히 이뤄질 경우 셰브론 등 석유 기업의 올해 환경은 험난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미국 유가는 지난해 최고치 대비 약 34% 하락한 수준이다.
셰브론은 글로벌 5대 메이저 석유 기업 가운데 이날 처음으로 지난해 실적을 발표했고, 미국의 1위 석유기업 엑손모빌은 이달 31일 실적을 공개한다.
jamin7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