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드인] 잇단 '스트리머 특혜' 논란, 박탈감 느끼는 게이머
"과도한 이용자 생태계 개입 불공정…'거리 유지' 필요해"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일부 온라인 게임사가 제휴를 맺은 스트리머(인터넷 방송인)에게 특혜를 줬다는 논란이 잇따라 불거지며 박탈감을 느낀 게이머들이 반발하고 있다.
인터넷 방송 플랫폼의 발달로 유튜버, 스트리머를 이용한 게임 마케팅이 늘어나면서 게임사와 인플루언서 간에 세심한 관계 설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스트리머 지원 공정하지 못해" 게이머 반발에 게임사 사과
크래프톤[259960]의 인기 생존 슈팅 게임 '배틀그라운드'(PUBG)에서는 최근 운영자 한 명이 홍보 제휴를 맺은 스트리머와 팀을 맺고 게임을 하다가 다른 경쟁 플레이어를 핵(불법 프로그램) 이용자로 단정하고 게임에서 추방한 일이 일어났다.
하지만 제재를 당한 이용자는 핵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고, 게임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운영자가 같이 게임을 하는 스트리머들이 유리하도록 부당하게 편의를 봐줬다'며 반발했다.
크래프톤은 결국 지난 26일 PUBG 공식 카페에 사과문을 올리고 "담당자가 명확한 근거 없이 긴급 신고 프로세스를 이용하고, 주어지지 않은 플레이어 추방 권한을 남용한 것이 확인됐다"며 문제의 직원을 기존 업무에서 배제했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선 지난 16일에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오딘: 발할라 라이징'을 운영하는 카카오게임즈[293490]가 '크리에이터' 스트리머 전원과 계약을 중단하는 일이 발생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오딘을 플레이하는 일부 스트리머와 '크리에이터' 계약을 맺고, 게임플레이에 도움이 되는 영상을 제작해 올리는 대가로 광고료를 지급해왔다.
그러나 광고료 지원을 받던 일부 스트리머가 다른 경쟁 이용자를 심하게 조롱하거나 약한 플레이어를 일방적으로 '학살'하는 일이 생기며 게이머들의 반발을 샀다.
한 이용자는 카카오게임즈 본사 앞에 '왜 카카오[035720] 고객이 카카오 돈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에게 조롱받고 빼앗겨야 하느냐'는 시위 문구가 실린 트럭을 보내 항의하기도 했다.
◇ "스트리머 활용 홍보는 불가피…유저 생태계 개입은 지양해야"
몇몇 해외 게임사도 '스트리머 특혜'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적 있다.
뉴질랜드 게임 '패스 오브 엑자일'은 2021년 4월 신규 콘텐츠 출시 직후 전 세계에서 이용자가 폭주하며 접속 대기시간이 길어지자, 스트리머들에게 우선 접속 권한을 부여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이용자들은 반발했고, 제작사 대표는 결국 고개를 숙였다.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클래식' 북미 서버에서는 2020년 운영자가 유명 스트리머를 쫓아다니며 방해 마법을 거는 이용자를 이용 정지했다가 게이머들의 거센 비판에 조치를 철회하기도 했다.
물론 게임사 입장에서는 인터넷 방송이 게이머들의 주된 게임 정보 획득 경로이자 소통 창구로 떠오른 상황에서 스트리머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발매되는 게임에는 원활한 인터넷 방송 송출을 돕는 기능이 탑재되기도 한다.
판교의 한 게임사 관계자는 "게임 마케팅과 스트리머는 뗄 수 없는 관계"라며 "게임사에서 광고료를 받는 스트리머를 비판하는 게이머들도 게임 방송은 보고 싶어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게임사가 유저 사이에 개입해 공정성을 해치는 마케팅 방식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게임 유튜버는 "인터넷 방송인과 이용자 모두에게 이로운 이벤트라면 괜찮겠지만, 경쟁 구도 게임에서는 스트리머 생태계와 이용자 생태계 간 일정한 '거리 유지'가 필요하다고 본다"는 의견을 내놨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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