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서 의인 이수현 22주기 추도식…"한일, 다정한 이웃 되길"

입력 2023-01-26 17:23
도쿄서 의인 이수현 22주기 추도식…"한일, 다정한 이웃 되길"

모친 신윤찬 씨, 신오쿠보역 방문…주일대사 "고인은 양국 우호 씨앗"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지금도 여기 오면 수현이가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개인의 아들이 아니라 한일관계 우호의 상징처럼 됐잖아요. 한국과 일본이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다정한 이웃이 되길 바랍니다."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의인 이수현(1974∼2001) 씨의 모친 신윤찬 씨는 고인의 22주기를 맞아 도쿄 JR 신오쿠보역에서 26일 열린 추도 행사에 참석한 뒤 "아들이 양국 우호의 일인자가 되고 싶어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한동안 일본을 찾지 못했던 신씨는 도쿄에서 개최된 이씨 추도 행사에 3년 만에 참가했다.

신씨는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를 비롯해 이씨의 이름을 딴 LSH아시아장학회, 신주쿠상인연합회 관계자들과 함께 신오쿠보역에 마련된 아들의 추모 동판 앞에 헌화했다.

이어 사고 현장인 2번 플랫폼으로 이동해 묵념하며 이씨를 추도했다. 그는 아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일본에서 어학연수 중이던 이씨는 2001년 1월 26일 신오쿠보역에서 일본인 세키네 시로 씨와 함께 철로에 뛰어들었다가 목숨을 잃었다.

신씨는 "이렇게 차가운 날씨에 아는 사람도 없는 데에서 우리 아이가 그렇게 됐다"며 "지금도 젊은 학생들을 보면 우리 아들도 저렇게 바쁘게 뛰어다녔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이들이 사는 세상은 평화롭기를 바란다"며 한국이 이웃 나라인 일본과 사이가 좋아지기를 희망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신씨는 "장학회를 비롯해 많은 일본 분들이 슬퍼하지 않도록 용기를 줬다"며 "힘도 없고 아는 것도 없지만 아들이 남긴 말들을 숙제처럼 여기고 힘닿는 데까지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LSH아시아장학회는 이씨의 의로운 행동을 계기로 일본 각계각층이 기부한 자금으로 설립됐으며, 일본에서 유학하는 아시아 학생 1천여 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추도 행사에 이어 신오쿠보역 인근 공연장에서는 추도문화제가 열렸다.

윤 대사는 배경택 도쿄총영사가 대독한 추모사를 통해 "고인이 보여준 용기와 희생은 한일 양국에 평화와 우호의 씨앗이 됐다"며 "다시 양국의 우호를 위한 새싹이 자라나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인이 보여주신 사랑을 되새겨 양국 국민이 따뜻한 마음을 서로 주고받는다면, 한일관계도 조속히 정상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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