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車가 끌고 환율이 밀고…현대차, 악재 속 최대실적 썼다
분기·연간 매출과 영업익 모두 사상 최대…믹스개선·고환율이 견인
SUV 판매비중 첫 50% 돌파…전기차공장 등에 총 10.5조원 투자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최평천 기자 = 현대차[005380]가 우크라이나 전쟁, 품질이슈 등의 악재 속에서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냈다.
현대차는 작년 3분기 세타2 엔진 리콜과 관련해 1조원이 넘는 품질비용을 털어냈지만, 고환율과 판매 믹스(차량용 구성비율) 개선 등에 힘입어 최대 실적 달성에 성공했다.
현대차는 고금리와 경기침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올해 맞닥뜨릴 비우호적 경영환경에도 공격적인 판매 전략과 적극적 투자로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 분기·연간실적 모두 최대…고수익 모델 해외서 잘 팔린 덕
현대차는 26일 컨퍼런스콜을 통해 연결 기준 작년 총매출이 전년 대비 21.2% 증가한 142조5천275억원, 영업이익은 47.0% 늘어난 9조8천19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률은 6.9%다.
이는 직전 최대였던 2021년 매출(117조6천106억원), 2012년 영업익(8조4천369억원)을 뛰어넘는 사상 최대 실적이다. 현대차가 영업익 9조원을 넘은 것도 지난해가 처음이다.
작년 4분기 매출과 영업익도 각각 38조5천236억원. 3조3천592억원으로 분기 최대를 기록했다.
현대차가 지난해 1조원이 넘는 품질비용 반영에도 최대 실적을 낼 수 있었던 데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제네시스, 전기차 등 고수익 모델을 중심으로 한 판매 믹스 개선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반도체 수급난 완화로 생산량이 정상화(2021년 389만726대→2022년 394만2천925대)한 가운데 이른바 수익이 많이 남는 고부가가치 모델들이 해외시장에서 잘 팔린 것이 현대차의 수익성을 끌어올린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2021년 47.3%였던 SUV 판매 비중(제네시스 제외)은 지난해 51.5%까지 늘었다. 현대차 판매에서 SUV 비중이 50%가 넘은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여기에다 제네시스의 SUV인 GV60, GV70, GV80을 더하면 SUV 판매 비중은 54.3%에 달한다.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 비중 역시 5.1%에서 5.3%로 소폭 늘었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제네시스 판매량은 5만6천410대로 연간 최대 기록을 세운 바 있다.
'값비싼' 전기차 등 친환경차 판매가 꾸준히 증가한 것도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현대차는 전기차(EV), 하이브리드(H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으로 이뤄진 친환경차 부문(도매 기준)에서 전년 대비 19.7% 증가한 50만5천대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판매의 12.8%에 달한다.
이중 전기차 도매 판매량은 2021년 14만1천대에서 지난해 20만9천대로 48.2%나 증가했다.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가 전세계 '올해의차'를 휩쓸며 큰 인기를 끈 가운데 GV60, 아이오닉6의 해외 판매가 본격화한 것이 전기차 판매량을 견인했다.
현대차는 이러한 여세를 몰아 올해 지난해보다 58% 증가한 33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고수익 차량은 주로 미국과 유럽에서 잘 팔려 환율과 시너지도 일으켰다.
지난해 4분기 현대차의 평균 원/달러 사업 환율은 전년 동기 대비 14.9% 오른 1,359원이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중동과 아시아·태평양을 아우르는 기타 지역이 17.1%로 가장 높은 도매 판매 증가율을 보였다.
하지만 물량면으로는 최대 자동차 시장인 북미 지역 판매가 82만5천대에서 94만9천대로 늘며 전체 판매량을 끌어올렸다. 북미지역은 판매 증가율(15.1%)도 두 번째로 높았다.
이어 인도(8.7%), 중남미(7.6%), 유럽(6.1%) 순으로 판매 증가 폭이 컸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공장 가동이 잠정 중단된 러시아 권역과 자국 브랜드 파워가 압도적인 중국 권역은 각각 55.5%, 27.8%의 판매 감소율을 나타냈다.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인 서강현 부사장은 "지난해 제네시스와 SUV를 중심으로 한 믹스개선, 인센티브 축소 등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며 "4분기에는 판매 물량 증가와 우호적 환율 영향으로 실적 호조세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 고금리·IRA 어떻게 뛰어넘나
현대차는 올해 가동률 개선에 따른 생산 확대를 기대하면서도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지정학 리스크, 금리 인상에 따른 수요 위축 등으로 어려운 경영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지난해 실적을 견인했던 고환율과 인센티브 감소가 올해는 계속될 가능성이 작아 경영활동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차는 올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차가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해당 시장을 겨냥한 공격적인 판매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아울러 IRA로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가 타격을 입을 것에 대비해 적극적인 대응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서강현 부사장은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신공장 건설은 현지에서 배터리를 국산화시키는 부분까지 포함해서 최대한 단축해서 진행 중"이라며 "IRA와 관련한 대응 방안도 수립 중으로, 3월 구체적 법안이 확정되면 추가로 업데이트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양산 차종 증가, 조지아 신공장 건설 등을 위해 올해 연구개발(R&D) 투자 4조2천억원, 설비투자 5조6천억원, 전략투자 7천억원 등을 포함한 총 10조5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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