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곳곳서 아파트 건설 중단…전재산 투자한 서민들 날벼락
NYT "규제 강화 따른 개발업자 재정위기에 미완공 아파트 속출"
"서민들, 주택담보대출 받아 매입했다 상환 압박 시달려"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전 재산을 쏟아부어 내 집 마련을 하려던 중국 서민들이 완공되지 않는 아파트를 마주한 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무거운 부채와 정부의 단속 강화에 짓눌려 재정 위기에 내몰렸고, 대도시 상하이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건설 중단 사태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NYT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통상 주택의 90%가 완공 이전에 판매를 끝내는 사전 판매 방식으로 개발된다.
사전 판매로 조달된 자금은 해당 건설 프로젝트에만 사용하도록 돼 있지만, 관리·감독이 허술해 개발업자들은 최근까지도 이 자금을 규정 범위 밖에서 사용해왔다.
그러나 집값이 치솟으며 부동산 시장 붕괴가 가시화하자 중국 정부가 개발업자 자금 조달 규정을 강화하고 나섰다.
불안한 재정 구조에 의존하던 개발업자들은 막대한 부채에 내몰렸고, 결국 아파트 건설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건설 중단으로 야기되는 리스크를 상당 부분 서민들이 떠안고 있다는 점이다.
NYT는 상하이와 랴오닝성, 장시성 등에서 거액의 대출을 끼고 주택을 샀다가 버거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매입자들의 사연을 소개했다.
데이지 쉬 역시 거액을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상하이 로얄스가든 개발단지 8층 주택을 49만5천달러(약 6억1천만원)에 사전 매입했다.
그러나 이 아파트는 도색도 되지 않은 채 건설이 중단됐고, 매달 1천300달러(약 160만원)의 대출금을 상환하고 있다.
장시성 동부 난창시 개발단지 신리시티 주택을 매입한 앤디 차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는 2019년 스리룸 아파트를 20만3천달러에 매입했으나 개발업자 시닉홀딩스그룹이 2021년 8월 돌연 건설을 중단했다.
앤디 차오는 이미 상하이에서 힘들게 벌어들인 돈으로 8만여달러를 지불한 상태였다.
탕 차오는 랴오닝성 다롄의 하이이창저우의 17만7천달러짜리 아파트를 매입하기 위해 그간 모은 돈과 시골집을 팔아 남긴 돈으로 계약금 7만4천달러를 지불했다.
그는 아파트 완공 뒤 결혼식을 올리고 아내와 입주한다는 계획이었으나 개발업자 수낙차이나홀딩스가 재정 위기에 빠졌다.
작년 11월 그는 아내와 이혼했고, 현재까지도 매달 550달러의 대출금을 갚아나가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늦추기 위한 시위도 이어졌지만 별다른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앤디 차오의 경우 작년 7월 전국 주택매입자들과 함께 관련 시위를 벌인 뒤 수시로 주의를 주는 경찰 전화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완공이 미뤄진 신리시티 주택 매입자 수백 명도 작년 한 해 여러 차례 시위를 벌였으나 일부 시위자가 구금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NYT는 개발업자와 부동산 규제 당국 관계자 등에게 코멘트를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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