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그가 돌아왔다"…중남미 정상회의서 '주인공' 대접받은 룰라(종합)
美에 맞서 출범한 중남미·카리브국가공동체 정상회의 아르헨서 열려
12년만에 재집권한 '좌파 대부' 룰라 "유럽, 中 등과 대화 발전시키자"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중남미·카리브 국가공동체(CELAC)의 제7차 정상회의가 24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렸다.
CELAC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미국 이남에 있는 사실상 모든 국가를 회원국(33개국)으로 둔, 명실상부한 중남미 지역 최대 규모 공동협의체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중남미에 온건 사회주의 성향의 좌파 세력이 득세했던 '핑크 타이드' 시기에 당시 미주기구(OAS)에서 미국과 캐나다를 뺀 연합체 성격으로 창설됐다.
협의 결과에 대단한 구속력을 부여하지는 않는 편이지만, 주요 회원국 정상들이 대부분 참석해 특정 의제를 두고 논의하기 때문에 중남미는 물론 국제적으로 관심을 끄는 행사다.
2021년 멕시코에 이어 2년 만에 열린 올해 회의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회의 참석자에 이목이 집중됐다.
특히 관심의 초점은 지난 1일 취임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었다.
이번 회의는 12년만에 세 번째로 대통령직에 오른 룰라 대통령의 '제2의 국제사회 데뷔무대'여서다.
룰라 대통령은 지난 2004∼2010년 대통령에 연임하며 브라질을 이끌 당시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볼리비아 정상과 함께 CELAC 설립을 주도한 핵심주체이었기에 이번 회의 참석에 대한 개인적 소회도 남달랐을 것이다.
세 번째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 일어난 '대선 불복 폭동' 혼란 속에 부에노스아이레스행을 택한 룰라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아르헨티나 외교부에 따르면 올해 행사에는 예년보다 늘어난 300여 명의 기자가 취재를 신청했다. 이 때문인지 프레스룸에는 신문사, 방송사, 통신사 기자들로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특히 개최국인 아르헨티나를 제외하고 브라질에서 가장 많은 기자가 이곳을 찾아, 룰라 대통령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보도 경쟁을 벌였다. 한국의 연합뉴스를 비롯해 중국과 일본의 언론인들도 현장을 취재했다.
칠레 라디오 ADN 정치부에서 일한다는 파울리나(33)는 "올해 회의 최대 관심사이자 기삿거리는 당연히 룰라 브라질 대통령 참석"이라고 힘줘 말했다.
예상처럼 개막식 하이라이트는 참석자 소개였다.
CELAC 임시 의장인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환영사에서 "브라질이 없는 CELAC는 의미 없다"며 "브라질 대통령 참석을 큰 박수로 환영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해 청중의 호응을 직접 끌어냈다.
전날 룰라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도 한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또 얼마 전 브라질리아에서 벌어진 대선 불복 시위를 언급하며 "정치 상황으로 비롯한 시위에 대해 큰 우려를 보낸다"면서 "중남미와 카리브해 안정을 위해 우리가 협력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마련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말미에 "이로써 미주협력기구의 정상회의를 시작한다"라고 '말실수'를 하기도 했다. CELAC는 미국 주도의 미주협력기구 대응을 위해 만들어진 협의체다.
룰라 대통령은 연설에서 대화와 다자주의 강화를 기반으로 한 평화로운 세계 질서 구축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브라질은 매우 강한 연대감과 친밀감으로 여러분과 함께 일할 준비가 돼 있다"며 브라질의 국제무대 복귀를 신고했다.
그는 전염병, 기후 변화, 자연재해, 지정학적 긴장, 식량 및 에너지 안보에 대한 압박,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 등 글로벌한 문제에 대한 집단적 대응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유럽연합이나 중국, 인도, 아프리카 등 역외 파트너와의 대화를 발전시키고 심화하는 게 필요하다"며 '좌파 대부 리더십'도 유감없이 드러냈다.
정상들은 경제통합과 환경위기 해결책 등 광범위한 주제를 놓고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아르헨티나 채널26 방송 브라이언 메이어(24) 씨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불참도 화두"라며 베네수엘라 인권침해 문제와 이민자 폭증 등에 대한 각국 반응을 듣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아르헨티나 야당을 중심으로 자신에 대해 제기된 적대적인 반응 등을 고려해 오지 않았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중심으로 논의 중인 남미공동시장 공동화폐와 관련, 루이스 라카예 포우 우루과이 대통령 등 일부 정상들로부터 비관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진전된 논의 결과가 나올지 관심사라고 메이어 씨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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