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연초부터 공공요금 줄인상…과도한 서민 부담도 고민해야
(서울=연합뉴스) 지하철과 버스 요금이 조만간 300~400원가량 오를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오는 4월 인상을 목표로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인데 당초 300원 인상안에 400원 인상안을 추가해 검토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서울 대중교통 일반요금은 카드 기준으로 지하철이 현재의 1천250원에서 1천550~1천650원, 버스는 1천200원에서 1천500~1천600원으로 오르게 된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비슷한 수준으로 요금을 인상할 전망이다. 서울시는 "대중교통 요금을 현실화하려면 버스는 500원, 지하철은 700원을 올려야 하지만, 시민의 경제적 부담을 고려해 300원과 400원 두 가지 인상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대중교통 요금을 마지막으로 올린 것이 약 8년 전이어서 조정을 더는 미루기 어렵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하지만 지하철을 기준으로 요금이 300원 오르면 인상률은 24%, 400원 오르면 32%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24년 만에 최고를 기록한 물가 상승과 심각한 경기 침체로 고통받는 서민들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관련 업체들의 경영난과 정부의 재정 부담 등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서민들의 발인 지하철과 버스 요금을 단번에 수십%씩 올리는 것이 적절한지 걱정스럽다.
지하철, 버스뿐만이 아니다. 전기, 가스에서 상·하수도, 택시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공공요금이 이미 올랐거나 오를 예정이다. 전기 요금은 이달부터 kWh(킬로와트시)당 13.1원 인상돼 4인 가구 기준으로 부담이 월 4천22원 커졌는데 정부는 2분기에는 요금을 더 큰 폭으로 인상할 방침이다. 지난해 네 차례 걸쳐 38%나 오른 가스 요금도 2분기 이후 지난해의 1.5~1.9배 더 인상할 예정이다. 난방비 부담이 커지면서 서민들의 겨울은 더욱 추워졌다.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에 놀라 보일러를 껐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또 다음 달부터는 서울의 택시 기본요금이 3천800원에서 4천800원으로 오른다. 그런데 기본요금으로 갈 수 있는 거리는 현재의 2㎞에서 1.6㎞로 단축되고, 거리당 요금·시간당 요금·할증 요금까지 모두 인상된다. 여기에 상당수 지자체는 지역화폐의 할인율을 10%에서 7%로 조정했고, 자동차세 연납 시 할인 혜택 역시 10%에서 7%로 낮췄다. 한마디로 생활밀접형 공공요금 가운데 오르지 않은 것을 찾기 어려울 정도이다. 가족들과 밖에서 식사 한번 하기가 겁날 정도로 외식 물가까지 무섭게 치솟았다. '내 월급만 빼고 다 올랐다'는 얘기가 실감 나는 상황이다.
전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폭등과 풍부한 유동성 공급으로 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으니 공공요금만 그대로 둘 재간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공공요금 인상이 다시 물가를 자극하는 등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고, 그 피해가 주로 서민들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5.1%였던 물가인상률에서 전기·가스·수도 요금의 영향이 0.41%포인트였는데 올해는 그 비중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고물가와 고금리의 여파로 체감 경기가 악화한 상황에서 공공요금 인상까지 더해지면 경제의 한 축인 소비가 한층 위축될 게 뻔하다. 통계청의 지난해 3/4분기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실질 소득은 1년 전보다 2.8% 줄었다. 가처분 소득 감소로 시민들이 지갑을 닫으면 돈의 흐름이 끊겨 국가 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끼게 된다.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법인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인하하면서 동시에 공공요금은 인상하고 임금 인상 자제를 압박하는 것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소지도 있다. 그러잖아도 경제적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가 이를 더욱 부채질한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각각의 정책을 하나씩 뜯어보면 나름대로 충분한 타당성과 불가피성이 있지만, 그 부작용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책도 마련해야 하는 이유이다. 특히 저소득층 등 경제·사회적 약자들에 대해서는 별도의 배려가 필요하다. 서민과 중산층이 흔들리면 경제적 문제를 넘어 정치, 사회 등 전 분야가 영향을 받는다. 넓고 긴 안목의 비전과 대책을 고민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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