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에스토니아 자국 주재 대사 추방 외교전…라트비아도 가세(종합)
러 "완전한 러시아 혐오 드러내" 대사 추방하자…에스토니아 "러 대사도 떠나야"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로 자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에스토니아와 '대사 추방' 조치를 주고받으며 외교전을 벌였다.
러시아는 에스토니아가 '완전한 러시아 혐오(total Russophobia)'를 드러냈다며 23일(현지시간) 마르구스 레이드르 주 러시아 에스토니아 대사의 추방을 명령했다고 AFP 통신이 외무부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작년 2월 이후 서방 국가 외교관들을 여러 차례 추방한 바 있지만 모스크바에 주재하는 유럽연합(EU) 국가 대사를 추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AFP 통신은 전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마르구스 레이드르 대사는 내달 7일까지 러시아 연방을 떠나야 한다"면서 "에스토니아가 완전한 러시아 혐오, 우리나라에 대한 적대감을 키운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러시아는 추방 명령과 함께 모스크바에 있는 에스토니아 외교 대표와 에스토니아에 머무는 자국 외교 대표의 최고 직급을 대사가 아닌 공사급으로 낮추는 결정도 내렸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즈음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자국 내 서방 국가 외교관들에 대해 추방 명령을 내렸다. 해당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들이 쫓겨나거나 제재 수위를 높인 데 대한 '맞불' 조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러시아가 해외국 주재 대사들 가운데 에스토니아 대사를 지목해 추방 명령을 내린 것은 에스토니아가 최근 서방 진영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중화기 지원을 촉구하라는 목소리를 높인 점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에스토니아는 독일이 최근 주력 전차 레오파드2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방안을 놓고 승인을 주저하자 성명을 내고 '탱크를 지금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것을 요청한다. 독일은 유럽의 맹주로서 더 특별한 책임이 있다"고 압박한 바 있다.
이날 러시아의 대사 추방 결정에 에스토니아는 똑같이 응수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에스토니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레이드르 대사가 모스크바에서 떠나게 된다면 자국에 주재하는 블라디미르 리파예브 러시아 대사도 추방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주재 외교관 대표 직급을 낮추기로 한 러시아의 결정에도 주목한다. 우리의 대러시아 관계는 평등의 원칙에 기반하고 있다"면서 외교 대표 직급 강등에 대해서도 동일한 대응을 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아와 함께 발트 3국인 라트비아도 외교전에 가세했다.
라트비아 외무부는 "수도 리가에 주재하는 러시아 대사에게 내달 24일까지 라트비아를 떠나라고 통보하고 러시아와의 외교 관계도 강등한다"면서 "이는 에스토니아와 연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발트 3국은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전 개전 이후 러시아에 대한 서방 진영의 단합되고 강경한 대응을 주문해왔다. 세 나라는 개전 초기인 작년 3월 러시아 외교관 추방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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