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연정 독주에 반발…이스라엘 대사들 잇따라 사의
프랑스·캐나다 주재 대사 '신념과 다른 정책' 이유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이스라엘 초강경 우파 연정의 독주에 외교관들이 잇따라 반기를 들고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고 일간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넨 호프만 주캐나다 이스라엘 대사는 전날 트위터를 통해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는 "새 정부가 들어서고 이스라엘에 이전과는 다른 정책이 시행되면서, 개인적이고 직업적인 신념에 따라 임기를 단축하고 올여름 귀국하는 선택을 하게 됐다"고 썼다.
호프만 대사는 이어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는 캐나다에서 이스라엘을 위해 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극우 성향의 정치인들을 전면에 내세운 네타냐후 정부 출범 이후 정치적 견해차를 이유로 한 외교관 사임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야엘 저먼 주프랑스 이스라엘 대사도 네타냐후 총리에게 사임의 뜻을 담은 서한을 보냈다.
그는 당시 "민주주의와 인권, 법치에 기반한 통치를 한 전임 정부와 이스라엘을 대표했던 것이 자랑스럽다"며 "하지만 애통하게도 네타냐후 총리가 세우고 이끄는 정부에는 극단적인 정책을 표방하는 정당의 대표자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저먼 대사는 이어 "내가 신봉하는 것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정책들을 계속 따르면서 자신을 속일 수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사의를 밝힌 대사들은 2021년 6월에 출범해 불과 1년 만에 붕괴한 '반 네타냐후' 정부에서 임명한 일종의 '정무직' 외교관들이다.
정권 교체 후 전임 정부가 임명한 정무직 외교관을 임기(3년)가 끝나기 전에 소환하는 경우는 드물다.
지난달 극우 정치인들을 전면에 내세워 출범한 네타냐후 정부는 반팔레스타인, 반아랍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가 하면, 법원의 권한을 축소해 정부의 삼권 분립에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논리로 사법 개혁을 추진해 안팎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이스라엘 내에서는 이달 들어 안식일이 끝나는 매주 토요일 밤에 대규모 반정부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네타냐후 정부에 반기를 든 외교관들이 속속 사의를 표명하면서, 주미 대사, 주독일 대사, 주아랍에미리트 대사, 주뉴욕 총영사 등 다른 정무직 외교관들도 동참할지 주목된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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