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여간 멕시코서 압수된 펜타닐 '세계 인구 16%' 치사량
2천626㎏ 적발…'시날로아 카르텔 근거지' 쿨리아칸서 최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치명적인 마약류 '펜타닐'의 멕시코 내 3년여간 압수량이 전 세계 인구 16%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을 정도로 막대한 분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22일(현지시간) 멕시코 일간지 레포르마에 따르면 국방부와 검찰은 2019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마약 카르텔을 상대로 한 마약범죄 소탕 작전 등을 통해 멕시코 전역에서 2천626㎏의 펜타닐을 발견해 압수했다고 밝혔다.
진통제로 개발된 펜타닐은 중독성이 매우 강한 마약류로, 헤로인보다 50배 이상 독성이 있어서 오·남용하면 치명적이다. 2㎎ 정도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을 정도다.
멕시코에서 3년여간 적발된 펜타닐은 산술적으로 13억명을 사망에 이르게 할 만한 양이라는 뜻이다. 세계 인구(약 80억명)의 16%에 달하는 수준이다.
멕시코 국방부 등은 특히 시날로아주 쿨리아칸에서만 전체 35%에 육박하는 919㎏의 펜타닐을 압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쿨리아칸은 세계 최악의 마약 밀매 조직으로 꼽히는 시날로아 카르텔의 본거지다.
최근 멕시코 군·경은 이곳에서 마약왕 호아킨 '엘 차포' 구스만의 아들, 오비디오 구스만을 전쟁 같은 체포 작전 끝에 검거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갱단의 격렬한 저항으로 국가방위대원과 군인 등 29명이 숨지기도 했다.
시날로아 카르텔은 미국과 유럽 등지로 펜타닐을 몰래 공급하는 핵심 '판매상'이어서, 각국 정부에서 요주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실제 쿨리아칸은 펜타닐 제조를 위한 '실험실'처럼 변질하고 있다는 게 멕시코 정부 판단이다.
지난해 11월 인구 120명에 불과한 이 지역 엘포르테수엘로 마을에서는 펜타닐 생산을 위한 1천L 이상의 화학 물질이 발견됐다.
엘도라도, 아구아루토, 로스알고도네스, 바카타, 엘리몬, 헤수스마리아(오비디오 구스만이 구금된 곳) 등 시골 마을에도 '펜타닐 비밀 공장'이 산재해 있었다고 멕시코 국방부는 덧붙였다.
멕시코 국방부와 검찰은 또 "바하칼리포르니아주의 메히칼리와 티후아나, 소노라주의 산루이스 리오콜로라도 등지에서도 (펜타닐) 밀반입 사례를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들 지역은 모두 미국 국경 지대다.
불법 펜타닐은 특히 2021년 18∼49세 사망 원인 1위에 오를 정도로 미국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미국 당국은 이 때문에 멕시코와의 국경을 통해 건너오는 펜타닐 차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미국·멕시코·캐나다 북미3국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펜타닐 근절을 위한 협력 및 관련 정보공유 강화를 주요 의제로 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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