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개국 유린한 용병단…북한 지원까지 받았다는 그 정체는
美 '초국가적 범죄조직' 지정 예고에 러 와그너그룹 실체 주목
세계 각지 분쟁지역서 러 이익 대변하는 푸틴의 '전술적 도구'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 중인 러시아 민간 용병기업 와그너그룹을 '중대한 초국가적 범죄조직'으로 지정하기로 하면서 해당 기업의 실체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그간 와그너그룹은 세계 각지의 분쟁 지역에서 러시아의 정치적·금전적 이익에 부응하는 활동을 하는 '전술적 도구'로서 기능해 왔다.
구조 자체도 단일 기업이 아니라 러시아 정부의 승인 하에 용병을 공급하는 여러 조직간의 네트워크에 가깝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와그너그룹이 표면상 민간기업이면서도 "경영이나 운영은 러시아군 및 정보기관들과 깊이 연관돼 있다"면서 현재 이 단체가 활동 중인 나라가 약 30개국에 이른다고 밝혔다.
미국 대테러 연구기관인 수판센터는 와그너그룹의 설립 목적이 "(해외에서) 국제규범에 어긋나는 금전과 영향력 추구, 보복 등을 진행하면서도 (러시아의) 책임을 부인하기 위한 겉치장"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실제, 와그너그룹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병합 당시였다.
작년 9월 본인이 와그너그룹을 창설한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 시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 분리주의 반군을 돕는 과정에서 용병기업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한다.
CSIS에 따르면 당시 와그너그룹은 친러반군에 군사훈련을 제공하는 데 더해 직접 전투에 나서거나 첩보 임무를 수행하며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도왔다.
그런 와그너그룹은 이후 시리아와 리비아, 수단, 말리,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마다가스카르, 모잠비크, 베네수엘라 등으로 활동 범위를 급격히 확장하는 행보를 보였다.
시리아 내전에서는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편에 서서 무력을 빌려줬고, 리비아에선 군벌인 칼리파 하프타르와 손을 잡고 유엔의 인정을 받은 리비아통합정부(GNU)를 전복하는 데 힘을 보탰다.
특히 아프리카에서는 무려 18개국에서 활동하면서 정치적·금전적 이익을 극대화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3년 전 쿠데타로 군정이 들어선 이후 서방과의 관계가 악화한 말리에선 대통령궁 경호와 극단주의자 색출 등에 관여하고 있으며,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선 내정에 간섭하며 금과 다이아몬드 채굴권 등을 손에 넣었다.
미 아프리카특수작전사령관인 밀턴 샌즈 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와그너가 들어오면 그 나라가 더 불안해지고 광물자원이 황폐해진다. 그들은 떠나겠다고 마음먹을 때까지 최대한 돈을 벌어들인다"고 비판했다.
와그너그룹은 작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재차 침공한 러시아군이 심각한 인명피해를 입자 전국 각지 교도소에서 죄수들을 용병으로 고용해 전선으로 보내는 역할도 수행해 왔다.
미국 정부는 와그너그룹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보내진 러시아 용병의 수가 약 5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
미국은 2017년과 작년 12월 두 차례에 걸쳐 와그너그룹에 수출통제 등 제재를 부과했으며, 와그너그룹의 수장인 프리고진 역시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0일 브리핑에서 와그너그룹을 중대한 초국가적 범죄조직으로 지정하고 추가제재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그는 북한이 와그너그룹에 무기를 판매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위성사진 등 증거를 공개하기도 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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