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대란' 뉴질랜드 "닭 직접 키워 계란 얻을래"…양계 유행
'배터리 케이지' 사육 전면 금지 농업법 개정안에 달걀 공급 차질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발 물가 상승 여파로 전 세계적으로 달걀 가격이 급등하자 뉴질랜드에서 닭을 직접 키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미 CNN 방송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달걀 가격은 지난달 미국에서 전년 동기 대비 60% 가까이 치솟고 일본에서는 도매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다른 식료품 가격 인상률을 크게 웃돌고 있다.
1인당 달걀 소비량이 유독 높은 뉴질랜드에서는 설상가상으로 이달 1일부터 일부 농가에 대한 달걀 생산을 제한하는 농업규제법 개정안까지 시행되면서 '달걀 대란'이 빚어졌다.
이에 뉴질랜드에서는 최근 차라리 달걀 대신 닭을 사서 키움으로써 달걀을 얻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뉴질랜드 온라인 경매사이트 '트레이드미'에 따르면 이달 닭과 양계 장비에 대한 검색 비중이 전달 대비 190% 증가했다.
트레이드미 대변인은 CNN에 "이달 초 이래 닭과 사료, 사료 공급 장치, 닭장 등 양계 관련 품목에 대한 검색이 6만5천 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론 번 틸은 "달걀을 구할 수 없어서 사람들이 모두 닭을 사려고 한다"며 "여동생이 트레이드미를 통해 닭 4마리를 팔았는데 평소보다 2배 이상의 값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뉴질랜드에서 달걀 공급 대란이 벌어진 것은 이달 1일부터 시행된 농업법 개정안과 관련이 있다.
이 개정안은 이른바 '배터리 케이지'를 전면 금지하고, 이런 방식으로 키워지는 닭에서 나온 달걀의 판매를 원천 차단했다.
배터리 케이지는 산란계들을 좁은 철재 우리 안에 가둬 키우는 공장형 밀집 사육 형태의 하나로, 위생 문제와 동물 복지 때문에 이미 대부분 유럽 국가에서는 2012년 금지됐다.
뉴질랜드 정부도 2012년부터 농가에서 배터리 케이지를 사용을 단계적으로 줄이도록 독려해왔다.
전면 금지까지 10년 간의 대비 기간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달걀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자 일부 식료품점은 고객 1인당 구매할 수 있는 달걀 개수를 제한하는 등 다양한 해법을 물색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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