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우크라에 추가무기…동부 재격전 앞둔 '물량공세' 총력전
러 핵위협 속 전투차량 수백대에 방공체계·탄약 투입 준비
美·獨, 주력탱크·장거리 미사일 지원엔 '확전 우려' 신중
러 점령지 굳힐 대반격 가능성…美CIA, 젤렌스키에 브리핑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싸우는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추가 무기를 쏟아붓는다.
미국 국방부는 25억 달러(약 3조원)에 달하는 추가 군사지원 패키지를 1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의 다른 동맹국들도 추가 군사 지원책을 몇몇 국가와 함께 또는 개별적으로 속속 밝혔다.
이 같은 지원은 러시아가 주춤한 사이 우크라이나가 점령지 탈환에 속도를 붙여 협상력을 강화하도록 하는 게 목적인 것으로 관측된다.
◇ 전투차량 수백대에 첨단 방공체계까지
미국의 이번 지원 패키지에는 스트라이커 장갑차 90대, 브래들리 보병전투장갑차(IFV) 59대, 지뢰방호장갑차(MRAP) 53대, 험비(HMMWV) 350대 등 전투차량 수백 대가 포함됐다.
스트라이커 장갑차는 8륜형으로 최대 시속 60㎞로 이동하며 병력을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수송할 수 있다.
미국 국방부는 이달 6일 지원하기로 한 브래들리 50대까지 합치면 우크라이나가 기갑여단 2개를 갖출 수 있다고 밝혔다.
어벤저(Avenger) 방공체계 8대, 지대공미사일 시스템 '나삼스'(NASAMS)용 미사일 등 방공무기도 이번 패키지에 담겼다.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용 추가 탄약, 155mm 및 105mm 포탄, 박격포와 소형 화기 탄약 등도 함께 우크라이나로 향한다.
영국은 공중발사형 대전차 미사일인 브림스톤 미사일 900기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덴마크는 프랑스에서 제작한 세자르 곡사포 19문을 주기로 했고, 스웨덴은 자국산 자주포인 아처를 보낸다고 밝혔다.
네덜란드는 미국, 독일과 함께 첨단 방공체계인 패트리엇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럽 국가들의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은 20일 독일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방위 연락 그룹' 회의 뒤 더 구체화할 전망이다.
◇ 탱크는 여전히 빠져…서방 줄듯말듯 옥신각신
다만 미국의 추가지원 패키지에서 우크라이나가 요청한 탱크인 '주력' M1 에이브럼스는 빠졌다.
레오파드 전차를 보유한 독일은 미국이 탱크를 보낸다면 자신들도 보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전열을 재편해 다시 밀고 들오기 전 동부 점령지를 탈환하는 데 필요하다며 서방제 주력전차를 요구해왔다.
미국과 독일의 신중론을 견지하는 바탕에는 확전 우려가 깔려 있다.
러시아 대통령실은 서방이 주력전차를 지원한다면 '매우 위험한 상황악화'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은 이날 "핵보유국이 재래식 전쟁에서 패하면 핵전쟁"이라며 다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국이 이번 지원 패키지에 러시아의 본토를 때릴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넣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그러나 서방 일각에서는 이 같은 위협이 서방지원을 늦추려는 전략일 뿐으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태도도 관측된다.
우크라이나 지원을 초기부터 선도한 영국과 안보 불안을 더 크게 겪는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는 탱크를 지원을 결정했다.
영국 정부는 이달 14일 자국 주력전차인 챌린저2 14대를 몇 주 내에 우크라이나에 전달한다고 발표했다.
폴란드는 독일의 승인이 없더라도 레오파드 2 탱크를 우크라이나에 보내겠다는 방침이다.
레오파드 탱크는 유럽국 곳곳에 실전 배치돼 전용이 쉽지만, 독일이 만들어 수출한 것으로 재수출에 독일 승인이 필요하다.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신속한 승인이 없으면 그냥 보내겠다"며 지원이 우선이고 승인은 부차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 러시아 대반격 준비하나…'탈환전 서두르자' 공감대
서방 안보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올해 상반기에 대반격을 시도하며 앞서 합병을 선언한 동부 점령지를 굳히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본다.
러시아의 점령지는 우크라이나 반격에 동부로 밀려 도네츠크주, 루한스크주 등 돈바스 지역으로 축소됐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존 허브스트 연구원은 "올겨울이나 봄에 있을 러시아의 공세는 돈바스의 완전한 정복을 노린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국방장관 고문인 유리 사크는 "최근 루한스크에서 러시아군의 활발한 움직임이 관측된다"며 "이 같은 동향은 이 지역에서 대규모 공세가 시작될 수 있음을 뜻한다"라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주 우크라이나를 찾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러시아의 향후 군사 계획을 브리핑했다.
최근 서방의 군사지원은 러시아의 이 같은 반격에 대비하고 우크라이나가 동부 요충지를 탈환하도록 하는 데 집중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현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요충지인 바흐무트 주변에서 치열한 소모전을 펼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점령지 탈환 성과나 그 기세는 궁극적으로 찾아올 평화회담 때 협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영국 등 서방 주요국은 평화협상 여부는 우크라이나의 결단이지만 우크라이나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서 테이블에 앉도록 돕는다는 점을 군사지원 취지로 강조한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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