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디커플링에 미·EU 긴장…다보스서 세계경제 분열 우려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지정학적 갈등과 기술 분야 디커플링(탈동조화), 보호무역주의 등이 고조되면서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서 세계 경제 분열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에 참석 중인 기타 고피나트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부총재는 인터뷰를 통해 "지리 경제적 분열이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무역 통계상으로는 여파가 보이지 않지만, 미중 간 기술 디커플링, 미·유럽연합(EU) 간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상 전기차 보조금을 둘러싼 긴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원유·천연가스 시장의 혼란과 비효율 등에서 그러한 여파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IMF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제의 분열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7% 정도 줄어들 수 있고, 일부 국가에서는 기술 디커플링에 따른 GDP 손실이 8~12%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EU가 미국과 중국의 산업정책에 의해 모두 피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유럽의 에너지 집약적 기업들에 생산시설을 자국으로 이전하도록 공개적으로 권장하고 있으며, 미국은 IRA를 통해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는 특별연설을 통해 "미국 IRA의 (보조금 관련) 특정 요소를 두고 우려가 제기되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면서 EU 기업들과 EU에서 제조된 전기차에도 혜택을 줄 것을 요청했다.
유럽 기업인들은 WSJ 인터뷰에서 EU도 IRA와 비슷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하거나, 미국에서 투자를 계속 늘리고 있는 만큼 기회로 보고 있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집트 통상장관을 지낸 라시드 모하메드 라시드도 "미국이 자국에 공장을 만드는 기업들에 (IRA 상의) 보조금을 주는 것은 자유경쟁이 아니다"라면서 세계화의 퇴조를 우려했다.
최근 몇 년간 '제로 코로나' 정책과 무역 상대국에 대한 자의적 규제를 벌여온 중국의 경우 류허 부총리가 포럼에 참석해 대외 개방 의지를 강조했지만, 이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선이 있다고 WSJ은 평가했다.
WSJ은 또 중국·러시아의 인터넷 검열, 국가별로 상이한 정보기술(IT) 분야 규제로 인해 "인터넷은 완전히 분열되고 있다"는 기업인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WSJ은 다만 다보스포럼이 오랫동안 세계화를 주창해왔던 만큼 이 행사에서 세계화 퇴조 원인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 불참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다보스포럼 참석자들은 미래적 사고를 자랑스러워한다"면서 포럼 참석자들은 글로벌리즘과 자유무역이 해로울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밖에 블룸버그통신은 미 국가부채가 조만간 상한에 도달하면서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 세계 경제에 대한 다보스 포럼의 낙관론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피나트 부총재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미국 국가부채 문제가) 미국이나 전 세계가 대처해야 할 추가적인 위험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고,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채무불이행은 미국에 재앙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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