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정부 반환점] ① 정치지형 변화·기밀유출에 비상…재선 도전 '험로'
바닥 기던 민심 중간선거 선전에 반등 발판…하원 장악 공화 '대공세' 예고
기밀문건유출 파문 대형 악재…차기대선 출마선언 늦추며 특검 수사 돌파 시도
[편집자주(註)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20일부터 대통령 취임 3년차 임기를 시작합니다. 이로써 바이든 대통령은 4년 임기 가운데 반환점을 돌아 후반기 활동에 들어가게 됩니다. 연합뉴스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2년의 현 주소와 향후 국정운영의 과제와 도전, 정책 추진 방향 등을 짚어보는 4꼭지의 기사를 일괄 송고합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20일(현지시간) 4년 임기의 반환점을 돌면서 후반기 임기를 시작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꺾고 2021년 1월 국민 통합을 기치로 백악관에 입성했지만, 지난 2년간 정치적 양극화 심화라는 미국의 고질병을 극복하진 못했다.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전 대통령 극렬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태'라는 미국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 몰고온 충격 속에 임기를 시작한 바이든 대통령의 지난 2년은 한마디로 시련과 도전의 연속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유증으로 국내 여론이 두 갈래로 쪼개진 가운데 100년 만의 전염병이라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힘겹게 국정을 이끌어가야 했다.
또 그해 여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철수시키는 과정에서 엄청난 혼란을 겪으며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다가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겹치면서 공급망 붕괴와 40년 만의 최악 인플레이션이란 악재까지 덮치며 전반기 임기 내내 40% 안팎의 저조한 박스권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럼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과 하원의 전폭적인 지원 사격 속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법 등 중산층 살리기를 목표로 한 법안을 잇달아 통과시키는 나름의 입법성과를 달성했다.
또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에서 낙태권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린 이후 이에 반발하는 여론을 등에 업고 인권과 여성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정치적 반등의 기회를 잡았다.
상·하원 모두 참패가 예견됐던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비록 하원 다수당을 공화당에 내주긴 했지만, 상원을 사수하면서 나름 선전해 임기 후반기 국정운영의 동력을 어느 정도 확보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공화당의 하원 장악은 그의 후반기 국정 운영에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하원의장 선출 과정에서 내홍을 겪었던 공화당은 재빠르게 전열을 재정비하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본격적인 견제 움직임에 들어가고 있다.
당장 공화당 주도의 하원은 지난 9일 국세청(IRS) 예산삭감 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대통령의 전략비축유 방출 권한을 제한하는 법안도 처리하며 바이든 행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정책 뒤집기에 나서고 있다.
이미 상한선에 도달해 연방 정부의 디폴트를 막기 위해선 부채 한도 상향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공화당은 정부 지출 감축이 우선이라며 제동을 걸고 있어 정부의 채무 불이행사태에 대한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공화당은 하원의 권력을 적극 활용해 불법 이민자 대책, 바이든 대통령 아들 헌터의 우크라이나 관련 특혜 의혹, 아프간 철군 과정의 적절성, 코로나19 대유행의 기원과 그에 대한 정부 대응 등에 대한 조사를 추진하겠다며 연일 바이든 정부에 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심지어 '백지수표식 지원은 안된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지원 약속에 제동까지 걸 태세여서 외교 사안을 둘러싸고도 적잖은 마찰이 예상된다.
물론 상원의 경우 민주당이 다수당이어서 하원에서 이와 관련된 법안들이 통과되더라도 상원의 문턱을 넘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법안이 의회를 통과되더라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적어도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으로선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민주당과 바이든 업적 지우기'를 막을 수는 있는 것이다.
반면에 바이든 대통령도 공화당의 협력과 협조가 없으면 집권 후반기에 '바이든표 개혁'을 추진할 수 없는 데다가 국정운영도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의회, 특히 공화당과의 협치가 필수불가결이다.
하지만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정치력을 발휘할 공간도 넓지 않다. 친(親)트럼프 인사인 매카시 의장 자체가 바이든 정부에 비판적인데다 의장 선거 과정에서 극우 강경파에 발목을 잡히면서 운신의 폭이 크지 않아서다.
상황이 이런 데다가 연초에 불거진 부통령 시절 기밀문건 유출 파문은 재선 도전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에게 대형 악재가 되고 있다.
그가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문서 유출을 맹비난했다는 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측은 물론 여론으로부터 전형적인 '내로남불'이 아니냐는 역공에 시달리고 있다.
더욱이 작년 중간선거 엿새 전에 개인 사무실에서 문건을 발견하고도 두 달이 지나 미 언론이 폭로할 때까지 쉬쉬한 이유가 뭔지, 기밀 문건을 사저에 6년 가까이 보관하고 있던 이유가 뭔지 등 바이든 대통령이 답해야 할 의문이 적지 않다는 게 미 언론의 시각이다.
일각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대통령 재선 도전에서 가장 큰 장애물을 만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자 당초 연초로 예상됐던 바이든 대통령의 2024년 대선 출마 공식 선언 시간표도 현재로선 기약할 수 없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중간선거 선전을 계기로 새해에 재집권 도전을 공식화, 후반기 국정을 힘있게 이끌고 가는 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현재로선 기밀문건 유출 사건이 바이든 대통령의 향후 정치 생명을 좌우할 핵심 열쇠로 부상한 모양새다.
미 법무부가 바이든 대통령의 기밀문서 유출을 수사할 특검을 신속히 임명해 수사를 맡긴 것도 정면돌파를 통해 의혹을 조기에 해소하는 게 최선이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예상치 못한 사건이 돌출하면서 미국의 대권 구도도 한층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여론 악화로 '대체 주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닥칠 경우 대안 카드 후보군이 아직은 마땅찮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공화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찌감치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이에 맞서 아직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어 집안싸움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차기 대선까지는 2년 가까이 남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출마 여부를 비롯한 민주당 내 교통정리와 공화당의 경선 구도는 올 한 해 미국 정치권을 달굴 최대의 이슈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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