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스페이시, 시상식서 "불러준 배짱 감사"…면죄부 논란(종합)
이탈리아 영화박물관 주최 '극 예술 발전' 공로로 수상
伊 일간지 사설 통해 비판 "예술과 삶 분리할 수 없어"
(서울·로마=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신창용 특파원 = 성범죄 피해자들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폭로로 나락으로 떨어진 할리우드 배우 케빈 스페이시(63)가 이탈리아에서 상을 받고는 "나를 불러준 배짱에 감사하다"고 농담 섞인 소감을 밝혔다.
AFP 통신, CNN 방송에 따르면 스페이시는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국립영화박물관 주최 시상식에서 '극 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상을 받았다.
스페이시는 수상 소감에서 "오늘 밤 나를 초대해준 박물관의 배짱에 가슴이 벅차고, 행복하며, 감사하고, 겸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주최 측은 스페이시가 "배우로서 비범한 성과를 보였다"고 추켜세우고, 스페이시가 강사를 맡는 특별 수업도 개설했다.
스페이시는 동성 성범죄 혐의가 미국에 이어 영국에서도 불거진 가운데 이날 시상식에 참석했다.
스페이시는 영화 '아메리칸 뷰티' 등으로 두 차례 오스카상을 받은 스타였으나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 논란 속에 과거 수년간 남성 20여 명에게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2020년부터 줄줄이 제기되면서 몰락했다.
그는 당시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주인공으로 한창 주가를 높이다가 성추문이 터지면서 중도 하차했다.
스페이시는 이날 시상식에 참석하기 불과 며칠 전 영국 런던 법원에 화상으로 출석해 자신을 상대로 제기된 20년 전 성범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다.
총 12건의 범죄 혐의를 받는 스페이시의 수상 소식은 이탈리아 내에서도 반발을 불렀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 스탐파'는 '이탈리아, 무조건적인 관용의 땅'이라는 제목으로 사설을 싣고 국립영화박물관이 스페이시의 성범죄에 면죄부를 줬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 매체는 "(30여 년간 할리우드의 여배우와 회사 여직원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할리우드 거물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은 감옥에 갔고, 프랑스는 증거가 없거나 재판 전이라도 배우에게 성범죄 혐의가 있으면 수상 자체를 금지했다"며 "그런데도 이탈리아는 인간과 예술가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진부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가 이러한 태도를 취하면 학대는 감춰지고 가해자들은 숨겨진다"며 "또한 인간과 예술가를 분리해서 상을 줄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예술이 곧 삶이라는 것이 증명한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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