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력 내세워 군사팽창 악순환…통제불능 동북아 무기경쟁"
CNN, 대만해협·동중국해·한반도 긴장고조 상황 집중 조명
"北 '기하급수적 핵' 주장, '자체 핵무장' 윤 대통령 발언 촉발"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동아시아 지역 주요 국가들이 최근 억지력 강화를 명분으로 치열한 군사적 경쟁을 벌이면서 역내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고 미국 CNN 방송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과 그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을 한 축으로, 중국과 러시아, 북한을 또 다른 축으로 하는 아시아 역대 최대 규모의 군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CNN은 "모두가 상대보다 한발 앞서고 싶어하고, 결국 한쪽의 억지력이 다른 한쪽의 군비증강을 불러오는 통제불능의 악순환에 사로잡힌 것"이라고 짚었다.
카네기 국제평화기금의 핵 정책 전문가인 앤킷 판다 선임연구원은 "동아시아에는 어떤 규제의 수단도, 군비 통제도 없다"며 "앞으로 계속 이런 역학관계가 소용돌이치는 것을 지켜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지난 13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 때 중국을 겨냥한 억지력 강화에 입을 모으는 장면에서도 명확히 드러났다.
기시다 총리는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활동, 그리고 작년 8월 중국이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발해 쏜 미사일이 일본이 설정한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쪽에 떨어진 일 등을 지적하며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국제 질서의 변형' 시도에 경고장을 날리는가 하면, 중국에 대항해 미국과 유럽이 단결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미국과 일본은 가속화하고 있는 중국의 핵무기 확장 움직임을 주시해오고 있지만, 오히려 중국 입장에서는 긴장감을 키우는 장본인은 일본이라고 CNN은 지적했다.
일본은 최근 방위예산을 두배로 키우겠다고 공언한데다, '반격능력' 보유를 천명한 후 사정거리가 1천250㎞ 이상인 순항미사일 '토마호크'를 미국에서 들여오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2030년대까지 한반도 전역은 물론 중국 본토 동부까지 도달 가능한 사정거리 3천㎞ 안팎의 극초음속 미사일의 홋카이도 배치가 최종 목표다.
여기에 지난 10일에는 미국이 중국의 해양 진출 견제를 염두에 두고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 중인 해병대를 개편, 특수부대를 창설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제국의 침략에 자국민 1천400만명이 숨지는 피해를 본 중국으로서는 일본의 움직임을 억지력 강화가 아닌 군사적 팽창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중국 역시 이런 역사적 아픔을 내세워 미국과 일본을 비판하면서도,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동중국해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주변에 해군·공군력 배치를 슬그머니 늘려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CNN은 꼬집었다.
아울러 중국은 대만 인근에서 무력시위를 지속하며 충돌 가능성을 키우는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러시아와 합동군사훈련 등을 벌이며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는 것도 미국과 일본이 밀착하도록 더욱 자극하는 요인이 됐다.
CNN은 올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보유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을 천명하며 대남 핵위협 수위를 끌어올리자, 이에 윤석열 대통령이 자체 핵무장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등 강대강 대치로 치닫는 한반도 상황도 집중 조명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최근 북한이 목표로 하는 핵탄두 보유량이 300여기에 이르며, 이미 80∼90기를 보유했을 것이라는 추정을 내놨다.
작년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북한이 이미 완성된 핵무기 20기를 갖췄고, 여기에 추가 55기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던 것에서 상당한 진전인 셈이다.
실제 북한이 이런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면 프랑스와 영국을 제치고 러시아·미국·중국에 이은 4대 핵무기 보유국에 오르게 된다.
CNN은 "이런 전망은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으로 하여금 자국 국방력 강화를 다짐하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하며 연합뉴스 보도를 인용, 윤 대통령의 지난 11일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 마무리 발언을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우리가 공격을 당하면 100배, 1천배로 때릴 수 있는 KMPR(대량응징보복) 능력을 확고하게 구축하는 것이 공격을 막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며 "대한민국이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CNN은 "미국 지도자들은 핵무기가 동맹국 수중에 있을지지언정, 한반도에 더 많은 핵무기가 배치되는 것 자체를 경계한다"며 "한국의 핵개발은 1992년 비핵화 선언 후 이제까지 지켜온 도덕적 우위의 일부를 잃는 것을 의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미국은 우방인 한국을 안심시키고자 방위 약속이 철통같음을 재확인하며, 한국 방어를 위해 미국의 모든 군사적 자산을 동원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클 길데이 미국 해군참모총장은 지난 12일 "미국은 핵과 재래식 전력, 미사일 방어를 포함해 모든 범위의 국방 역량을 동원해 (한국에) 확장 억제 약속을 이행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차원에서 미국은 작년 부산항에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CVN-76)를 보내며 확장억제를 과시하고 있지만, 이런 움직임은 다시금 북한에 위협으로 작용하며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CNN은 짚었다.
CNN은 "아시아에서 군비 경쟁이 가속화할수록 미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은 개별적으로 행동하기보다는 집단적으로 맞물려 움직일 것이라는 점만큼은 분명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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