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황근 농식품장관 "쌀 의무수매, 농민·농업에 도움 안 된다"
"2030년 1조5천억원 소요…재정부담에 농업미래에도 악영향"
"양곡법 개정 대안으로 '가루쌀'…제품개발 등 올해 40억원 지원"
(세종=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양곡관리법 개정은 농민, 농업을 위해서도 안 되고 국가 재정을 위해서도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양곡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수매하도록 하는 것으로, 정부와 여당은 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으나 야당이 강행하는 상황이다.
정 장관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양곡법 개정안 시행에 대해 "쌀 공급과잉 문제와 재정 부담은 심화되고 쌀값은 오히려 하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은 실제 개정안 시행 시 쌀 초과 공급량은 지금의 20만t(톤) 수준에서 2030년 60만t 이상으로 늘고, 쌀값은 80㎏당 17만원대 초반으로 지금보다 8% 정도 하락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부분의 농민단체가 법 개정에 신중해야 한다며 국회에 재고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정 장관은 이런 상황을 재차 언급, "농경연은 개정안 시행 시 2030년 쌀 수매에 1조5천억원 정도가 들 것으로 봤다"며 "청년 농업인과 스마트 농업 육성, 유통시설 스마트화 등 미래 농업을 위한 수요가 많은데 이런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토로했다.
야당은 지난해 말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오는 28일 이후에는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다.
정 장관은 "쌀 시장격리 의무화는 농업에도, 쌀값 안정을 원하는 농민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하며 "신중하고 합리적인 결정이 이뤄지도록 국회와 농업인을 계속 설득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양곡법 개정안의 대안으로 다른 작물 재배를 제시했다.
그는 "특히 '가루쌀'의 경우 밀가루처럼 쉽게 가루로 만들어 가공용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쌀 공급 과잉 문제를 완화하고 밀가루 수요를 대체할 핵심 수단으로 생각한다"며 "올해 가루쌀 전문생산단지를 조성해 재배면적을 2천ha로 확대하고 1만t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루쌀 산업의 정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요 개발이 중요하다"며 "가루쌀로 빵, 만두피, 국수, 라면 등을 개발할 수 있도록 올해 총 40억원을 지원하는 한편 제분한 가루쌀 약 70t을 CJ제일제당, 농심, SPC 등 식품기업에 원료로 제공하고 제품개발 과정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농식품 수출 지원을 더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민관 협의체인 'K푸드 플러스(+) 수출 확대 추진본부'를 만들고 장관이 본부장을 맡아 농산물과 식품뿐 아니라 스마트팜, 농기계 등 농업 분야 수출 지원에 직접 나선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앞서 농식품 기업 등이 참여하는 'K푸드 수출확대 추진본부'를 구상했으나 스마트팜, 농기계, 비료, 동물약품 등 농업 관련 산업이 포함된 민관 협의체 개념으로 범위를 확장했다.
농식품부는 또 한식이 세계 미식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도록 '한식 글로벌 브랜딩 전략'을 수립하고 해외 우수 한식당(K미쉐린)도 지정할 예정이다.
이 밖에 농산물 유통단계를 줄일 수 있는 전국 단위의 농산물 온라인거래소를 만드는 것도 정 장관의 올해 목표 중 하나다.
온라인에 또 하나의 '가락동 도매시장'을 만든다는 것이다.
채소와 과일부터 판매하고 거래 품목을 점차 확대해 2027년에는 주요 품목 도매 거래량의 20% 수준인 80만t을 거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정 장관은 "농협에서 우선 마늘, 양파 등의 품목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온라인 거래소 활성화를 위한 온라인거래소법도 제정할 것"이라고 계획을 공개했다.
정 장관은 1984년 기술고등고시(20회)로 공직에 입문해 줄곧 농림축산식품부 등에서 일한 정통 관료로, 농업 정책 전문가로 꼽힌다.
농촌진흥청장 재직 시에는 가루쌀 산업화, 스마트팜 기술개발, 반려동물산업 등 농업의 미래 성장 산업화를 위한 '5대 농업 발전 과제'를 추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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