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이발사의 자원봉사 덕분에…노숙자, 가족과 재회

입력 2023-01-14 17:52
뉴질랜드 이발사의 자원봉사 덕분에…노숙자, 가족과 재회

(오클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 뉴질랜드에서 이발사가 노숙자들의 머리를 잘라주는 자원봉사를 하다 한 노숙자의 가족을 찾아줘 훈훈한 화제다.

뉴질랜드 매체 스터프는 14일 오클랜드 마운트웰링턴 지역에서 이발사로 일하는 칼렙 헤케가 지난주 노숙자들에 대한 자원봉사로 머리를 잘라주고 소셜미디어에 올린 이발 장면 동영상이 노숙자와 가족의 만남이라는 뜻밖의 결과를 가져왔다고 소개했다.



스터프는 헤케가 일주일에 6일은 커크우즈 이발소에서 일하고 하루는 오클랜드 지역 노숙자들의 머리를 잘라주고 있다며 그가 지난주 머리를 잘라준 제인 칸의 동영상을 본 가족과 친구들이 헤케에게 연락을 해와 만남이 이뤄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헤케는 지난 2년여 동안 노숙자 이발 자원봉사를 해오며 이발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매체는 동영상 화면을 보면 헤케가 오클랜드 도심 길거리 의자에 누워 있는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칸에게 다가가 사연을 들으며 덥수룩한 검은 머리와 수염을 잘라주는 장면이 나온다고 밝혔다.

칸은 머리를 잘라주는 헤케에게 최근 교도소에서 출소한 사실까지 털어놓으며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오클랜드에 머물 곳이 없어 떠돌아다니고 있다고 밝혔다.

헤케는 이발이 칸에게 자신감을 북돋아 준 것으로 보인다며 옷도 사 입으라고 돈도 조금 쥐여줬다고 밝혔다.

이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리자 칸의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칸을 만날 수 있게 도와달라는 댓글들이 이어졌다.

댓글 하나는 "내 사촌 제인아, 너를 무척 사랑한다"며 그를 집으로 데려오고 싶으니 만날 방법을 알려달라고 썼다.

헤케는 기쁜 마음으로 그들을 데리고 칸의 머리를 잘라주었던 오클랜드 도심 지역으로 찾아갔고, 그곳에서 그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헤케는 13일에는 한 남자가 커크우즈 이발소로 찾아와 자신을 칸의 아버지라고 소개한 뒤 고맙다며 울기 시작했다면서 "그 순간 나는 압도적인 행복감과 함께 슬픔을 느꼈다. 그래서 그를 끌어안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헤케는 이발소 밖에 세워져 있던 자동차에 타고 있던 칸도 다시 만나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는 아버지가 이발 동영상을 온라인에 올려줘 고맙다며 다시 감사를 표시했다며 "내가 한 일은 조그마한 것이다. 가족이 행복하고 제인이 행복하면 잘된 일이다. 소셜미디어의 힘인 것 같다"고 말했다.

ko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