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새해 첫 각료회의서 분노 폭발…부총리에 "왜 빈둥대냐"
"업무 늦다, 한달안에 처리하라"…'우크라전 군수 불만 표출' 해석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새해 첫 각료 회의에서 냉정을 잃고 군수산업을 책임지는 각료를 공개적으로 심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BBC 방송과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지난 11일 화상으로 진행된 올해 첫 각료 회의에서 군용기와 민간항공기 등의 현대화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면서 여기에 관료주의적인 지연이 있었다고 데니스 만투로프 산업통상부 장관 겸 부총리를 호통쳤다.
BBC방송은 푸틴 대통령이 이 회의에서 냉정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만투로프 부총리가 보고한 2030년까지의 항공기 및 선박 생산 계획을 들은 뒤 "늦다. 너무 오래 걸린다"면서 "업무를 신속히 처리하라. 기업들에선 올해 주문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고 나무랐다.
장관이 국방부, 민간부문과 체결한 계약이 있다고 설명하자, "그건 아직 계획일 뿐이고 (구체적) 계약은 아니다"고 쏘아붙였다.
이어 "기업들에서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은 걸 내가 아는데 무슨 말을 하는 거냐? (기업) 대표들이 내게 말했다. 도대체 왜 빈둥대고 있는 거냐? 내가 근거 없이 말하는 게 아니다"고 화를 냈다.
그러면서 계약이 체결되거든 다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만투로프 부총리가 "모든 필요한 업무를 올 1분기 안에 완료하겠다"고 답하자, "한 달 안에 모든 게 처리돼야 한다. 우리가 처한 상황을 이해 못 하느냐"고 몰아세웠다.
다시 만투로프 부총리가 "가능한 모든 것을 하도록 애쓰겠다"고 하자, "애쓸 게 아니라 마무리하라는 것이다. 반드시 한 달 안에"라고 다그쳤다.
만투로프는 푸틴 3기 정권이 출범한 지난 2012년부터 내각의 일원으로 일해왔으며, 정기적으로 대통령의 국내외 방문에 수행했다.
그는 지난 여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단점이 드러난 러시아 군수 산업을 감독하는 임무도 맡았다.
이 때문에 이날 푸틴 대통령의 질책을 두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생각대로 풀려나가지 않는 데 대한 불안과 조바심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우크라이나전 수행에 필요한 무기와 군수품 등이 제대로 보급되지 않고 있는데 대한 불만이 폭발했다는 해석이다.
이날 내각 회의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전을 지휘하는 통합사령관을 3개월 만에 교체한 날에 열렸다.
푸틴은 작년 10월 통합사령관에 임명돼 우크라이나전을 지휘해온 세르게이 수로비킨 대신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을 통합사령관으로 임명하고, 수로비킨은 그를 보좌하는 부사령관으로 강등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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