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멈추나…전문가 최종금리 전망 3.50% vs 3.75% 갈려
"경기침체 우려 커져 현 수준서 멈춰야"
"물가 여전히 높고 한미금리차 부담돼 한 번 더 인상"
기준금리 인하, 이르면 4분기부터…한은 "물가안정 확인해야"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박대한 민선희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13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했다. 사상 처음으로 7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이다.
경제·금융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 인상기 최종 금리 수준을 3.50%∼3.75%로 보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에 따르면 이번 금리 인상기 기준금리의 최종 수준과 관련해 3.50%와 3.75%를 놓고 금통위원 간 의견도 절반으로 나뉘었다.
금융시장에선 경기침체 우려가 커진 만큼 현 수준에서 금리 인상을 멈춰야 한다는 의견과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높고 한미 금리차가 1%포인트(p)까지 벌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 번쯤 더 올릴 수 있다는 의견이 팽팽하다.
한은은 물가 안정에 대한 확신이 들 때까지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지만, 경제·금융 전문가들은 올해 4분기쯤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기준금리 정점은 3.50%?…"경기 침체 부담 커졌다"
이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 최종금리 수준을 두고 금통위원 간 의견이 갈렸다며 "이번 회의에서 3명은 최종금리 수준을 3.50%로 보고 당분간 영향을 지켜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고, 3명은 최종금리가 3.75%가 될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도 지난 11월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는 문구를 "긴축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바꿨다.
이번 금리 인상기 최종 금리 수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3.50%와 3.75%로 엇갈린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경기 침체 우려를 꼽는다.
국내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현 수준에서 더 올리면 실물경제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이 지난해 12월 전망치 1.7%를 밑돌 것으로 예상하며 "성장경로에 중국 경제 회복 속도, 주요국 경기 둔화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크다"고 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은 금융안정과 연착륙을 위해 추가 금리 인상에 따른 과잉 긴축보다는 현재 물가 상승 압력을 제어하는 수준인 3.50%에서 금리 인상을 멈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국내 경기가 침체로 접어들 가능성이 50%가 넘는 가운데, 금융시장 불안심리도 지속되고 있다"며 "부동산 경기 하락에 따른 여파가 불확실하고, 민간소비 역시 역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3.50%에서 더 올리면 실물경제, 특히 부동산 시장의 부담이 클 것"이라며 "금리 인하 없이 지금의 완화책만으로는 매수세가 살아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 상반기 중 한 번 더 올릴 수도…"3.75% 정점 가능성"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한 번 더 올릴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하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물가를 생각하면 최종금리 수준은 3.50∼3.75%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한 번 더 올린다면 2월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빨리 올려놓고 시장 상황을 보는 것이 불확실성을 더는 방법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작년 12월 소비자물가지수(109.28)는 1년 전보다 5.0% 올랐다. 상승률이 같은 해 7월(6.3%)을 정점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5월 이후 8개월째 5%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한은은 이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월 중 5% 내외를 나타내다가 기저효과, 수요압력 약화 등으로 점차 낮아지겠으며 연간 상승률은 11월 전망치인 3.6%에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한미 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 정책금리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것도 한은엔 부담이다.
미국 기준금리는 4.25∼4.50%로, 여전히 한국 기준금리(3.50%)보다 1.00%포인트 높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올해에도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입장에서는 기준금리를 올려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과 원화 약세, 환율 변화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 등의 위험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안예하 키움증권[039490] 선임연구원은 기준금리 정점을 2월 3.75%로 예상하며 "연준의 매파적 기조를 고려하면 한은의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 "기준금리 인하, 이르면 4분기부터…물가·연준이 변수"
이 총재는 이날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물가가 정책목표 수준까지 중장기적으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있기 전까지 금리 인하를 이야기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이르면 올해 4분기나 내년쯤 인하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상반기 물가상승률이 꺾여서 정착되는 것을 확인하고, 경기 침체 신호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한은이 연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한미 금리차도 중요한 변수라며 연준의 정책금리 기조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안 선임연구원은 "올해 4분기 인하를 예상한다"며 "강도 높은 긴축에 따른 경기 하강 위험이 커지면서 인하 대응을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동헌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도 "미국은 올해 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상반기 인플레가 잡히고 경기 침체 징후가 나타나면 연내 금리 인하를 할 수 있다"며 "우리는 미국보다 경제가 더 안 좋기 때문에 미국보다 더 빨리, 빠르면 3∼4분기쯤 금리 인하에 돌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인하는 어려울 듯하다"며 "미국은 올해 4분기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있는데 한미 금리 격차를 고려하면 우리는 미국보다 먼저 낮추거나 비슷한 시점에 낮추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은이 올해 2분기부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경기가 침체로 들어갔다는 것이 확인되는 4월 말 이후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에도 긴축적 금융환경에 따른 부동산 시장 하락과 가계소비 충격이 명확히 드러나는 2분기, 5월쯤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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