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빅터차 "中, 북핵문제 협조 안할 것…비자 중단 부당한 보복"
"北 도발은 美 관심끌기 아닌 전쟁 연습 목적…北 7차 핵실험 불가피"
"韓, 中 보복에 다른 국가와 집단 대응해야…평생 보복받으며 살건가"
"韓, 국제현안에 적극 나서야…글로벌중추국가 구상, 美 정가서 인기"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중간 전략 경쟁으로 한국은 북핵 문제 해결에서 중국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 주도의 여러 안보협의체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미국 전문가가 주장했다.
미국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아시아 담당 부소장 겸 한국석좌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조언했다.
차 석좌는 한국내에는 북핵 문제 해결과 관련해 중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지만 "중국은 미중 전략 경쟁의 대가가 북한 문제와 관련한 비협조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3년간 중국과 교역을 단절했는데도 견디어냈다며 설령 중국이 미국 요청대로 대화에 나서도록 북한에 경제적 압력을 가하더라도 북한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지 못할 것이라며 "중국의 대북영향력은 과대평가됐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이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대화는 가능하지 않다며 지금은 한미가 대북억제력 강화에 힘쓰고 북한의 인권 문제도 다뤄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전임 정부가 북핵 문제에서 중국의 도움을 얻고자 미중 간 등거리를 지킨 탓에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의 안보 협의체) 등 인도·태평양 지역의 주요 협의체에서 제외돼 영향력을 행사할 기회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처럼 발전한 민주주의 국가가 역내 자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과정에서 우려되는 중국의 보복에 대해서는 한국이 비슷한 처지에 있는다른 국가들과 집단 체제를 구축해 대항할 것을 제안했다.
중국이 최근 코로나19와 관련한 한국의 방역조치 강화와 관련, 한국에 대해 중국 방문 단기비자 발급을 중단한 데 대해서는 "부당한 보복"이라고 비판했다.
차 석좌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인 지난 2004∼2007년 백악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냈으며 6자회담 부대표로도 활동했다. 현재 조지타운대 부학장도 맡고 있다.
다음은 차 석좌와의 일문일답.
-- 북한이 작년에 전례 없는 수준으로 도발을 감행했다. 그 의도는 뭐라고 보나.
▲ 과거에는 북한이 우크라이나, 중국, 대만에 집중하는 미국 정부의 관심을 끌려고 도발한다고 말했겠지만, 지금은 아닌 것 같다. 북한은 관심을 끌려는 게 아니다. 북한은 새로 개발한 무기의 예행 연습을, 훈련을 하는 것이다. 일부 미사일 발사는 시험 및 개발 목적이지만 일부는 전쟁계획 연습이다. 관심을 받는 게 목적이 아니라고 보는 다른 이유는 바이든 행정부가 여러 차례 접촉했는데도 북한이 대화에 흥미가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 미국과 한국이 북한을 대화로 유도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 모든 제재를 해제하면 북한을 다시 대화 테이블에 앉힐 수 있겠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생산적인 대화가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은 이미 원하는 것을 얻었을 테니 아주 조금만 포기하려고 할 것이다.
--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평가해달라.
▲ 한미연합훈련을 재개하고 준비태세를 다시 갖추는 데 우선순위를 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미국, 한국, 일본의 3자 관계를 강화한 것도 매우 바람직하다. 또 외교의 문을 열어두고 북한과 대화를 수없이 시도했다. 북한에 협상을 강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협상이 진행되지 않는 게 미국 책임은 아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미국 외교의 중심에 두겠다고 말한 대통령인데 누구도 북한 인권에 대해 의미 있는 연설을 하지 않고 북한인권특사도 임명하지 않았다.
-- 남북이 '강대강'(强對强)으로 치달으면서 충돌할 가능성이 우려되나.
▲ 북한이 갈수록 도발의 한계를 시험하면서 윤석열 정부도 대응하고 있다. 그렇다고 무력 충돌로 격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의 발언이나 행동이 갈등 악화로 이어질 만큼 도발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이 부주의로 선을 넘는 행동을 해 군인이나 민간인이 사망한다든지 하는 경우 윤석열 정부가 대응해야 할 필요를 느끼면서 긴장이 고조될 수는 있다.
--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는 한국과 미국에는 억제 조치이지만 북한은 '적대정책'으로 여긴다. 한미가 억제력을 강화하면서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위태롭지 않게 할 방법은 없나.
▲ 대화가 없는 이유는 미국의 행동 때문이 아니라 북한이 '적대정책'을 정의하는 방식 때문이다.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와 미국의 핵우산 제공 중단을 적대정책의 종식으로 여긴다. 그게 북한의 정의라면 적대정책 종식과 확장억제력 강화는 양립이 불가능하다. 한국이 요구하는 대로 확장억제를 강화하면서 이를 북한이 적대정책으로 해석하지 않게 하는 것은 어렵다.
--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평가해달라.
▲ 지난 70년간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효과가 있었다. 우리는 계속 확장억제력을 개선하고 있으며 바이든 행정부는 확장억제를 제공하겠다는 정치적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했다. 전술핵 재배치나 핵무기를 한국에 두는 문제를 논의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미국은 더 노력해야 한다. 미국은 핵 공격에 대한 조기경보를 개선하고, 한미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격상하며, 한국 당국자들의 미국 핵 시설 방문을 추진하고 있지만 더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다.
-- 북한의 7차 핵실험은 불가피한가.
▲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고체 연료를 사용해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다시 시험 발사할 것이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이) 불가피한 이유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해 연설(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6차 전원회의 보고)에서 핵무기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라고 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매우 불투명한 나라이지만 핵무기와 관련된 의도에 대해서는 매우 투명하다. 지금까지 북한은 김 위원장이 매년 새해 연설에서 하겠다고 밝힌 내용을 그대로 이행했다. 이 모든 것은 북한 주민의 희생을 요구한다. 핵·미사일 시험은 매우 비싸다.
-- 중국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설득할 방법은.
▲ 없다. 중국은 미중 전략 경쟁의 대가가 북한 문제와 관련한 비협조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중국도 (북한의) 7차 핵실험을 바라지 않지만 이를 막으려고 노력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대북 제재 차원에서 중국이 더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을 것이다. 북한에 제재를 더 부과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달라지는 게 있을까. 북한이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고 3년 동안 중국과 국경을 봉쇄하고도 생존할 것이라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는 늘 중국이 북한에 경제적 압력을 더 가하기를 바라지만 3년 동안 코로나19 봉쇄를 경험한 북한에 더 압력을 가한다고 대화에 나설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중국의 (대북)영향력은 과대평가됐다.
-- 이전 한국 정부는 중국이 북한 문제를 도와줄 것이라는 기대로 미중 경쟁에서 어느 편을 들지 않으려고 했다. 방금 설명대로라면 한국은 중국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는 것 같다.
▲ 중국의 도움을 받으려고 미국과 중국 간 중립을 지키려 한 이전 정부의 정책은 북한 문제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인도·태평양에서 한국의 입지에 큰 타격을 줬다. 쿼드와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3개국의 안보 동맹) 등 그동안 구성된 여러 다자 협의체에 한국이 빠진 것이다. 이런 협의체와 단절되면 목소리를 낼 수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없다. 북한 때문에 미중 간 등거리를 유지하려고 한 정책은 한국의 셀프 고립이라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인도·태평양의 여러 네트워크에서 한국을 뒤처졌고 지금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따라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 한국에는 한국이 역내 외교 현안과 관련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에는 너무 작은 나라라는 시각도 있다.
▲ 이해하지만 한국은 경제력 10위, 군사력 6위의 강국이다. 더는 작은 나라가 아니다. 그리고 지금 국제관계에서는 한국처럼 선진적이고 산업화한 민주주의 국가들이 자유 질서를 지키기 위해 나서야 한다. 지금 그런 게 정말 필요하다.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에 초점을 맞춘 윤석열 정부의 글로벌 중추 국가 구상은 워싱턴DC 정가에서 매우 인기가 있고 지지를 받는다.
-- 최근 포린어페이스 기고에서 중국의 경제 보복을 당한 국가들이 집단 대응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호주, 일본, 한국이 먼저 나서야 한다고 했는데 한국에 중점을 둔 이유는.
▲ 무엇보다 한국은 중국의 경제 보복을 가장 많이 당한 국가 중 하나다. 중국은 상호 경제 의존성을 무기화해서 모두를 위협하고 있고 한국은 가장 대표적인 피해국 중 하나다. 또 한국은 중국과 교역량이 많고, 중국이 크게 의존하는 제품을 많이 수출한다. 한국 국민은 늘 중국의 경제 보복을 두려워하는데 한국도 중국을 상대로 지렛대가 있다. 다만 이 영향력은 한국 혼자서 활용할 수는 없고 중국이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다른 국가들과 손잡아야 한다. 한국 정부 당국자들과 칩4(한·미·일·대만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나 반도체 수출통제를 이야기할 때마다 '우리는 중국이 어떻게 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데 평생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을 것 아닌가.
-- 중국이 한국과 일본 국민의 방문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 한국이 중국발 코로나19 확산으로부터 자국을 보호하려고 한 것은 전적으로 책임 있는 행동이고, 이에 중국이 보복한 것은 완전히 부당하다. 다른 국가들이 책임 있는 자세로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동안 중국은 완전히 무책임했다. 비자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중국은 앞으로도 보복할 것이기에 이를 억제할 수단이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의 대중 정책이 매우 흥미롭다. 중국이 문제 삼을 수 있는 어떤 큰 선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조용히 일본, 미국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중국 정책을 전환한다는 중대 발표도, 중국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도 없지만, 조용히 단계적으로 나아가고 있다.
현재 한국의 정책은 미국과 매우 동조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한국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빠진 조각이었는데 이제 그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최근 한국이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은 미국의 전략과 매우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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