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형선고' 이중국적 전 국방차관, 핵과학자 암살 관여"
국영언론, '죄 자백 영상' 공개…외신 "강요에 의한 자백"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이란에서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이란·영국 이중국적자가 2020년 핵과학자 암살에 관여했다고 이란 당국이 주장했다.
국영 IRNA 통신은 12일(현지시간) 영국 정보 당국과 내통한 혐의를 받는 알리레자 아크바리 전 국방부 차관이 죄를 자백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편집된 영상 속에서 아크바리 전 차관은 "그들(영국 정보 당국)은 상황에 따라 이란 고위 관리에 대해 알고 싶어 했다. 예를 들어 파크리자데가 어떤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지 물었다"고 말했다.
통신은 이 영상이 아크바리 전 차관이 자신의 죄를 인정하는 영상이라고 주장했다.
이란 국영 언론은 정치범이나 간첩 혐의를 받는 인물이 죄를 자백하는 영상을 종종 보도한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아크바리 전 차관의 발언 모습이 담긴 영상이 언제 어디서 촬영된 것인지 확인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란 정부가 반체제 언론으로 지목한 'BBC 페르시안'은 아크바리 전 차관이 당국으로부터 고문을 당했고, 강요에 의해 자백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민간 싱크탱크를 운영하던 아크바리 전 차관은 2019년 체포된 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란 정보부는 아크바리 전 차관에게 거짓 정보를 흘려 그의 스파이 행위를 밝혀냈다고 주장했다.
외신들은 영국 이중국적자인 아크바리 전 차관이 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유엔과 협력을 주도해 휴전을 끌어냈고, 2015년 이란과 서방의 핵협상에서도 역할을 한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사형 선고 소식이 전해지자 영국 외무부는 "우리는 아크바리의 석방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란 정부에 영사 지원 허용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이끈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는 2020년 11월 테헤란 교외의 한 도로에서 기관총에 맞아 피살됐다.
당시 이란은 암살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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