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장악했다" 러 군침 흘리는 우크라 '솔레다르' 중요성은
요충지 바흐무트 공략 거점…"용병단 대표, 소금광산에 욕심" 관측도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러시아 민간용병단 '와그너 그룹'을 이끄는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솔레다르를 장악했다고 거듭 주장하고 나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프리고진이 우크라이나군의 반박을 애써 무시하며 솔레다르를 욕심내는 이유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와그너 그룹 대원을 대거 솔레다르와 인근 바흐무트 공격에 투입한 프리고진은 이날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솔레다르를 우크라이나군 부대로부터 해방시켰음을 거듭 확인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에도 "와그너 부대가 솔레다르 전체를 장악했다"고 주장했었다.
프리고진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지난해 9월과 11월 각각 우크라이나 동북부 도시 하르키우와 남부 도시 헤르손에서 잇따라 퇴각하며 수세에 몰렸던 러시아군이 지난해 8월 이후 거둔 가장 큰 승리가 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은 프리고진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여전히 솔레다르를 방어하는 격전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테러 국가(러시아)와 그 선전가들이 거의 완전히 파괴된 솔레다르의 일부가 러시아의 업적인 것처럼 가장하려 애쓰고 있다"면서 "그들은 (예비역) 동원에 대한 지지를 끌어내고 침략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방식으로 솔레다르 점령을 선전할 것"이라며 러시아 측 '장악설'을 반박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솔레다르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보다 솔레다르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요충지에 있기 때문이다.
'소금이 풍부한 땅'이란 뜻의 이름을 가진 도네츠크주의 솔레다르는 남쪽 바흐무트와 북쪽 시베르스크를 잇는 주요 방어선의 중간에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그동안 이곳에 강력한 방어진지를 구축하고 러시아군의 서진을 막아왔다.
솔레다르는 전쟁 전 인구가 1만 명 정도에 불과한 소도시로 그 자체로는 전략적 가치가 크지 않지만, 서쪽으로 진격하려는 러시아군에겐 반드시 뚫어야 하는 방어선이다.
이 도시는 또 우크라이나 동부와 러시아를 잇는 주요 보급선에 위치한 요충지 바흐무트와 이웃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후반 입은 하르키우와 헤르손 대패를 만회하기 위해 바흐무트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러시아는 죄수가 포함된 와그너 용병 그룹, 헤르손에서 철수한 보충대, 새로 충원한 동원병까지 투입하는 총력전을 펼치며 이곳의 우크라이나군에 공세를 펼치고 있다.
몇 개월 동안 동쪽에서 바흐무트 공격을 시도해온 러시아군이 솔레다르를 점령하면 북쪽에서 바흐무트로 접근할 수 있는 길이 뚫린다.
게다가 지난해 중반 이후 이렇다 할 전과를 내지 못한 러시아군에게 솔레다르 점령은 새로운 공세의 전기를 마련하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특히 프리고진 입장에서 솔레다르 점령은 자신의 공적을 과시할 좋은 기회일 수 있다.
일각에선 요식업으로 갑부가 된 프리고진이 솔레다르와 바흐무트의 소금(암염) 광산과 공장들을 빼앗으려고 사적인 욕심을 부리고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솔레다르는 19세기 후반부터 개발된 소금 광산으로 유명하며, 1881년 건립된 이곳의 '아르티옴솔' 공장은 중동부 유럽 최대 소금 생산 기업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프리고진이 바흐무트 근처의 우크라이나 천연자원을 개발하려고 전쟁을 이용하고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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