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日, '상호파병 허용' 안보협정…"中·러 패권주의 대응"
대규모 공동 군사훈련 원활하게…"100여년 만의 중대 협정"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일본과 영국이 서로 상대국에 군대를 손쉽게 파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안보 협정을 체결하기로 했다고 블룸버그·AFP통신 등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주요 7개국(G7) 의장국 수장으로서 유럽 회원국을 순방 중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11일 런던에서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만나 '상호접근협정'(RAA·일본명 원활화협정)을 체결한다고 발표했다.
이 협정에 따라 양국은 훈련이나 인도주의적 임무 등에 필요한 경우 자국 군대를 상대국에 파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상대국 군인의 입국 심사를 면제하거나 탄약 반입 절차를 간소화해 복잡한 대규모 공동 군사훈련도 비교적 간단한 절차만으로 시행할 수 있게 된다고 영국 정부는 밝혔다.
일본은 앞서 지난해 호주와도 유사한 협정을 맺었다. 영국이 이번 협정을 체결하면 유럽 국가 중에선 처음으로 일본에 군을 파견할 수 있는 나라가 된다.
영국 총리실은 협정 체결 소식을 전하며 "100여 년 만에 양국이 맺는 가장 중요한 국방 협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수낵 영국 총리도 성명에서 "이번 RAA는 양국 모두에 엄청나게 중대한 의미를 지녔다. 협정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우리의 공약을 구체화하고, 경제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양국의 공동 노력과 국방 협력도 부각할 수 있게 되며, 숙련 기술이 필요한 일자리를 늘리는 혁신도 촉진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영국과 일본은 2021년 가을부터 이번 협정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해 왔으며, 작년 5월께 큰 틀에서 협정 내용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과 러시아의 패권주의 행보에 대한 대응으로 해석된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일본은 지난달 '3대 안보 문서'를 개정, 2차대전 이후 유지하던 평화주의를 포기하고 국방 예산을 크게 증액하는 등 적극적으로 국방 분야 투자를 늘리고 있다.
영국 수낵 정부 역시 최근 안보·국방·외교 분야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한편, 일본이 이번에 RAA를 체결하는 영국과, 이에 앞서 일본과 유사한 협정을 체결한 호주는 모두 미국 주도 안보동맹인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회원국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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