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부진에 경상수지 '흔들'…작년 하반기 적자 가능성

입력 2023-01-10 09:28
수정 2023-01-10 09:56
수출 부진에 경상수지 '흔들'…작년 하반기 적자 가능성

지난해 11월 3개월만에 적자전환…상품수지 감소가 주요인

올해 상반기 더 어려울 듯…적자 지속시 원화 약세 우려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경상수지가 3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다시 적자 전환됐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주력 품목인 반도체와 화공품 등의 수출이 대폭 감소하면서 상품수지가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서비스수지 역시 한 달 만에 다시 적자 전환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 전체로 따져봐도 경상수지는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연간 기준으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올해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출이 계속 부진한 가운데 서비스수지 적자가 고착화될 경우 이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 수출 부진에 상품수지 2개월 연속 적자…서비스수지 적자 전환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경상수지(-6억2천만달러)가 8월(-30억5천만달러) 이후 3개월 만에 적자로 전환한 것은 상품수지 적자가 가장 큰 요인이 됐다.

지난해 11월 상품수지는 전년 동월 대비 76억4천만달러 감소하면서 15억7천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전체 경상수지 감소 폭이 74억4천만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품수지 감소 폭이 고스란히 경상수지에 영향을 미친 셈이다.

상품수지는 지난해 7월(-14억3천만달러) 적자 전환한 뒤 8월(-44억5천만달러) 2개월 연속 적자를 나타냈다.

그해 9월(4억7천만달러) 반짝 흑자를 보였으나 10월(-14억8천만달러)과 11월(-15억7천만달러) 다시 2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해 11월 수출은 523억2천만달러로 전월 대비 2억7천만달러, 전년 동월 대비 73억1천만달러 줄었다.

글로벌 경기둔화 영향으로 주력 품목인 반도체와 화공품 등의 수출이 줄어들면서 전년 동월비로는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구체적으로 통관수출 기준 승용차는 32%, 석유제품은 22.1% 증가했지만 철강제품(-11.3%), 화공품(-16%), 반도체(-28.6%) 등의 감소 폭이 컸다.

지난해 11월 수입은 538억8천만달러로 전월 대비 1억9천만달러 줄었지만,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3억2천만달러 증가했다.

원자재 수입 증가, 자본재 및 소비재 수입 확대로 전체 수입(전년 동월 대비)은 2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품수지와 함께 지난해 10월 반짝 흑자(5천만달러)를 기록했던 서비스수지는 한 달 만에 다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11월 서비스수지는 3억4천만달러 적자로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적자 폭이 7천만달러 확대됐다.

지난해 11월 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69.5% 하락하는 등 수출화물 운임 하락세로 운송 수입(33억3천만달러)이 전년 동월 대비 12억5천만달러 감소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배당 지급 감소 등으로 지난해 11월 배당소득 수지 흑자는 전년 동월 대비 3억9천만달러 늘어난 7억5천만달러를 기록했고, 이에 본원소득수지 역시 2억6천만달러 증가한 14억3천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 지난해 하반기 전체 적자 추정…올해 상반기가 고비될 듯

지난해 11월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되면서 지난해 하반기 전체로도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했을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7∼11월 경상수지는 4억1천만달러 적자로 집계됐는데 12월에도 적자가 이어졌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수출과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9.5%와 2.4% 감소한 549억9천만달러와 596억8천만달러였다. 이에 따라 12월 무역수지는 46억9천만달러 적자를 보였다.

경상수지에서 상품수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지난해 12월 경상수지 역시 적자가 불가피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지난해 연간으로 경상수지 흑자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11월 경상수지는 243억7천만달러 흑자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내놓은 수정 경제전망에서 지난해 경상수지가 250억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흑자기조는 유지하더라도 지난 2021년(883억달러 흑자)과 비교하면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3분의 1에도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올해, 특히 상반기가 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상품 수출이 전년 대비 0.7% 늘어나는데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상반기 수출은 3.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는 20억달러 흑자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9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수출 부진, 수입 증가세가 확대될 경우 흑자 기조가 무너질 수도 있는 셈이다.

다만 올해 하반기 이후 수출 부진이 완화되고 수입도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상품수지 흑자 폭이 다시 확대돼 연간 경상수지는 280억달러 흑자로 올해보다 소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 경상수지 적자 지속되면 다시 원화 약세 부추길 우려도

3개월 만에 경상수지가 다시 적자 전환한 것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등 외환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경상수지 악화는 달러 수급에 불균형을 일으켜 다시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이 통화 긴축에 속도를 내면서 달러 초강세가 지속되자 지난해 10월 중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1,440원대까지 올랐다.

이후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늦춰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면서 하락세를 나타내 지난 9일에는 7개월여 만에 1,240원대에서 거래를 마쳤다.



경상수지 적자로 국내로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게 되면 원화 가치가 떨어지게 되고 이는 또다시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이 된다.

대외부채가 늘어나 원금 상환과 이자 부담이 커지고, 이는 국가 전체의 신용등급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9∼10월처럼 다시 환율이 급격히 상승할 경우 수입 가격 상승으로 인해 국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다시 부추길 우려도 있다.

정부는 당분간 경상수지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달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향후 국제유가 하락으로 수입 감소가 기대되는 반면 글로벌 경기둔화, 국내 물류 차질 등 수출 불안 요인도 상당해 당분간 월별로 경상수지의 높은 변동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방 차관은 "수출구조를 다변화하고 에너지 절약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소득수지 개선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해외투자 수익의 원활한 국내 환류를 적극 지원하는 등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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