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까지 40분" 멕시코시티 지하철 충돌사고 늑장 대응 논란
"촬영 말라 요구" 주장도…1명 사망·57명 부상 중 한국인 피해 없어
野, 與소속 시장에 "대선 캠페인에만 혈안"…與 "사고 정치적 이용 유감"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지난 7일(현지시간) 1명이 숨지고 57명이 다친 멕시코시티 지하철 충돌 사고와 관련, 당국의 구조 작업을 놓고 늑장 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멕시코시티 행정당국은 8일 시 통합교통시스템 지하철 3호선(인디오스베르데스∼우니베르시다드) 포트레로 역과 라라사 역 사이 터널 내에서 전날 오전 9시 16분께 발생한 지하철 충돌 사고로 시민 1명이 숨지고 57명이 부상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특히 부상자 가운데 기관사 등 열차에 끼어 있다 나중에 구조된 4명은 중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한국인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 당국은 "앞서 출발한 23호 열차의 후미를 24호 열차가 들이받으면서 큰 충격이 있었다"며 객차 내부를 포함해 터널에 정전까지 있었다고 사고 개요를 전했다.
그러면서 "사고를 인지한 즉시 관련 대응 조치를 가동했다"고 전했다.
피해자들은 그러나 구조에 최대 40분 이상 걸렸다며 당국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사고 당시 열차에 타고 있었던 아라셀리 씨는 현지 일간지 밀레니오에 "전화 통화 중 갑자기 눈앞이 까매졌고, 더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며 "30∼40분은 그냥 객차 안에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목공수인 아르투로 델가도 씨도 "여기저기 비명이 가득했는데, 저도 다친 상태에서 일단 서로 도우며 위급한 사람들을 구했다"며 국가방위대원이 도착한 지 30∼40분이 지난 뒤에야 객차에서 내려 선로를 따라 걸어 나왔다고 전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매체 엘피난시에로 인터뷰에서 "나가야 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한동안 갇힌 채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며 "역사 관계자가 아무것도 촬영하지 말라는 요구까지 했다"고 성토했다.
사고 당시 차량으로 3∼4시간 떨어진 미초아칸주 모렐리아에 있다가 사고 소식을 듣고 현장에 늦게 도착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시티 시장도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여당 국가재건운동(MORENA·모레나) 소속으로 내년 대선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셰인바움 시장은 주말에 틈틈이 타지로 이동해 대선을 겨냥한 활동을 벌여왔다.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는 26명이 숨지고 98명 다친 2021년 5월 지하철 고가철도 붕괴 사고까지 거론하며 "자신의 임기 중 계속해서 터지는 지하철 사고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셰인바움은 대선 캠페인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에 대해 여당은 "우리는 이 사고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규탄한다"며 "멕시코시티 정부를 공격해 정치적 균열을 도모하고, 고통받는 피해자 가족으로부터 자신들의 이익만 빼먹으려는 건 비도덕적 행위"라고 맞받았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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