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소보서 세르비아계 주민 겨냥 총격사건…긴장 재차 고조
총격범은 코소보 군인…세르비아계 주민들, 도로 봉쇄 시위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발칸 반도의 앙숙 세르비아와 코소보에 감돈 전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코소보 남부에서 세르비아계 주민을 겨냥한 총격 사건이 벌어졌다.
AFP 통신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코소보 남부 스트르프체 인근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세르비아계 21세 남성과 그의 11세 조카가 각각 손과 어깨에 총을 맞았다.
이들은 모두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격 피해자들은 당시 정교회 성탄절(7일)을 하루 앞두고 성탄절 의식에 쓰이는 참나무 가지를 운반하고 있었다.
총격 후 차를 몰고 달아난 용의자는 같은 날 경찰에 체포됐다.
코소보 경찰은 용의자의 나이(33세)와 이름 이니셜(A. K)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신원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코소보 보안군(KSF) 소속으로 확인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세르비아계 주민 밀집 지역에서 알바니아계 코소보 군인에 의한 총격 사건이 벌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세르비아계 주민들은 주요 도로를 봉쇄하며 항의 시위를 이어갔다.
인구 195만명인 코소보는 국민의 92%가 알바니아계 이슬람교도로, 정교회를 믿는 세르비아와 문화적, 인종적 차이가 크다. 코소보 국민 중 약 6%가 세르비아계다.
코소보는 2008년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했으나 세르비아 헌법은 여전히 코소보를 자국 영토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세르비아 정부의 코소보 지부는 성명을 내고 "이것은 명백한 살해 시도"라고 반발했다.
아나 브르나비치 세르비아 총리는 "코소보 내 세르비아인들은 성탄절조차 안전하지 않다"며 "나는 이 극악무도한 범죄를 가장 강력하게 비난하며 국제 사회가 즉각 대응할 것과 책임자들을 법의 심판에 회부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파장이 커질 조짐이 보이자 알빈 쿠르티 코소보 총리는 "코소보 시민 2명을 공격한 이번 사건을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며 진화에 나섰다.
세르비아와 코소보는 지난해 12월 코소보 북부 지역에서 세르비아계 전직 경찰관이 코소보 경찰에 체포된 것을 계기로 일촉즉발의 상황을 맞았다.
당시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이 군에 최고 등급의 전투 준비 태세를 갖출 것을 명령하는 등 두 국가 사이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의 개입으로 무력 충돌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으나 이번 총격 사건으로 세르비아와 코소보 간의 긴장 수위는 다시 높아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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