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은 무슨…" 우크라 전선에서 포성 이어져(종합)
우크라, 탱크 등으로 반격…"그들은 피에 목말라 있다"
러 "우리는 휴전 준수했으나 우크라군이 진지 포격해 반격" 주장
(로마·서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김동호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 시간으로 6일(현지시간) '36시간 휴전'을 선언했지만 우크라이나의 대부분 전선에서 포성은 계속됐다.
AFP 통신에 따르면 키릴로 티모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차장은 이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주요 도시인 크라마토르스크를 로켓으로 두 차례 공격했다고 밝혔다.
티모셴코 차장은 러시아군의 공격 시점은 푸틴 대통령에 의해 일방적으로 선언된 휴전이 시작된 이날 정오 이후라고 주장한 뒤 "주택 등이 공격을 받았지만 사상자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를 향해 "그들은 암살자이고 테러리스트이며 피에 굶주린 사람들"이라고 맹비난했다.
AFP는 도네츠크주의 최대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자사 취재진이 직접 포격이 오가는 소리를 들었다고 전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바흐무트 상황을 전하면서 "러시아군은 휴전 선언 이후에도 전혀 바흐무트 점령 시도를 누그러뜨리는 모습이 아니었다. 우크라이나 진영으로 대포와 박격포가 지속적으로 굉음을 울리며 날아와 꽂혔다"고 보도했다.
현장을 취재 중인 NYT 기자는 바흐무트의 황폐화된 거리에서 한 우크라이나 병사가 "잘 들어보라"며 목소리를 낮추자 소형화기가 발사되는 소리와 폭발음이 들려왔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설정한 휴전 기간 루한스크주 크레미나에서도 포성이 이어졌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비슈나'라는 가명을 쓴 한 군인은 이날 오후 최전방에서 폭음이 울리자 곁에 있던 로이터 기자에게 "휴전은 무슨 휴전, 방금 소리를 들었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그들이 포격을 이어간다면 (휴전으로) 얻으려는 것이 대체 무엇이겠나"라며 "우리는 그들을 신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끊이지 않는 러시아의 공격을 맞아 탱크 등으로 반격을 이어갔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군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휴전 시간 이후 최초 3시간 동안에만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진지를 14번 포격했다고 주장하며 "정교도 살인마들이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를 보내왔다"고 비꼬았다.
러시아 정교회의 성탄절은 1월 7일이다. 푸틴 대통령이 휴전을 선언한 표면적인 이유도 성탄절이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정교회 성탄절을 맞아 6일 정오부터 7일 자정까지 36시간에 걸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 중인 자국 군인들에게 휴전을 명령했다.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비록 시한부이기는 하지만 전면적인 휴전을 군에 명령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휴전 발표는 '위장술'에 불과하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의 주장을 곧바로 반박했다고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 통신이 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군은 휴전을 준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정권은 인구 밀집 지역과 러시아군 진지에 대한 포격을 계속했다"며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은 대응 사격으로 제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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