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폐지되는 中 '입국자 격리', 일부지역서 이미 유명무실
공식 폐지 전부터 베이징·다롄 등서 입국자 격리면제 사례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한종구 특파원 = 중국이 8일부터 해외발 입국자들에 대한 격리를 폐지하기로 한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정부 방침보다 일찍 격리 면제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5일 오후 인천공항을 출발한 다롄 경유 베이징행 에어차이나 여객기에 탑승한 승객들은 탑승 수속 때 경유지인 다롄에서 7일간의 시설 격리 및 3일간의 자가 격리 등 총 10일간 격리하는 것으로 안내를 받았다.
항공사 관계자는 중국의 입국자 격리가 8일부터 폐지되는 만큼 일단 7일까지는 격리를 해야 하며, 8일부터 격리가 해제될지 여부는 지침을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일 오후 다롄 국제공항 도착 후 방역 요원들은 승객들에게 유전자증폭(PCR) 검사까지 진행하더니 격리 시설로 데려가지 않고 공항 터미널 안에서 승객들을 해산시켰다.
몇몇 승객들이 격리 없이 집에 가게 해 달라고 요구하자 방역 요원들은 상부와 잠시 상의하더니 격리를 집행하지 않는다고 통보했다.
당시 입국자 격리 공식 폐지까지는 사흘이 남았지만, 국가적 방침이 결정된 상황에서 이미 의무적 격리 조치는 유명무실해진 듯한 모습이었다.
곧 폐지될 격리를 집행할 당국의 의지도, 이미 폐지가 결정된 정책을 순순히 따를 승객들의 의사도 거의 없어 보였다.
격리를 하지 않는다는 방역 요원의 말에 다롄 공항에서 대기 중이던 일부 중국인 승객들에게서 박수가 터져 나왔고, 최종 목적지인 베이징에 도착하기 전 예기치 않게 경유 공항에 '방치'된 승객들은 우왕좌왕했다.
한동안 입국자를 공항에서 곧바로 버스로 실어 격리시설로 데려간 뒤 최장 3주간 시설격리를 시키던 중국이 '위드 코로나' 및 '완전 개방'으로 급변침하면서 발생한 어수선한 풍경이었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한 교민도 자신이 최근 베이징으로 입국한 뒤 시설 격리를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 2일 인천공항에서 베이징 서우두 공항으로 입국한 교민 A씨는 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자신이 시설 격리를 하지 않고 곧바로 집으로 돌아왔다고 전했다.
A씨 설명에 따르면 서우두공항에 도착한 그와 다른 입국자들은 '방역 버스'에 탑승해 격리 호텔 두 곳으로 분산 이송됐다.
그러나 호텔 체크인 과정에서 다른 호텔로 이송된 사람들이 시설 격리 없이 귀가했다는 소식을 접한 일부 입국자들이 자신들도 집으로 보내 달라고 항의를 했다고 A씨는 전했다.
호텔 측은 처음에는 베이징의 현행 격리 지침(5일 시설격리+3일 자가격리)에 따라 무조건 5일 동안 격리해야 한다고 하더니 입국자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개인적인 사유로 격리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서명하게 한 뒤 집으로 돌려보냈다고 A씨는 설명했다.
그는 "격리 규정이 지역마다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베이징에서는 호텔마다 달랐다"며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자가격리 여부를 확인하는 사람이 없는 것을 보면 중국의 입국자 격리 조치는 이미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은 2020년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 이후 고강도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라 내외국인 입국자에 대해 의무적 시설 격리를 시행해왔다.
지난달에야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전환한 중국은 1월 8일부터 시설 및 자가 격리를 포함한 모든 입국자 의무 격리와 입국 직후 PCR 검사를 폐지한다고 지난달 26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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