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던 미국도 '터키' 대신 '튀르키예'로…시간 걸린 까닭은
'칠면조 아냐' 바뀐지 한참만에…美국무부 "대중 이해 위해 혼용"
AP "국무부, 국명 표기변경 흔치 않아…두드러진 거부 사례는 '미얀마'"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터키가 국명을 튀르키예로 변경한 이후 적극적인 변화를 보이지 않던 미국 국무부가 태도를 바꿨다고 AFP·AP 통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와 관련한 양국 공동 대응을 발표하는 성명에 '터키'(Turkey)가 아닌 '튀르키예'(Turkiye)를 썼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터키 대사관이 우리가 소통할 때 이 철자를 사용하도록 요청했다"며 "국무부는 오늘과 같은 철자를 우리의 공식 외교적·양자적 상황 대부분에서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프라이스 대변인은 '터키'라는 명칭이 "미국 대중에게 더 널리 이해되고 있다"며 더 광범위한 이해를 위해 '터키' 사용이 금지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에 앞서 미 국방부는 지난해 8월 국방장관간 통화에 대한 성명을 시작으로 '튀르키예'를 사용해 왔으며, 국무부 역시 소셜미디어에 때때로 '튀르키예'를 사용하기도 했다.
AP 통신은 미 국무부가 다른 나라의 국명 표기를 바꾸는 것이 흔한 일이 아니라면서 최근 수십년 내로 두드러지게 명칭 변경을 거부한 사례로는 '미얀마'와 '버마'가 있다고 전했다.
미얀마 군부가 1989년 '미얀마'를 공식적으로 채택했지만, 미국은 '버마'를 고집하고 있다.
미 국무부가 타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이름을 변경한 가장 최근 사례는 2019년 '마케도니아'를 북마케도니아로, 2018년 '스와질란드'를 '에스와티니'로 바꾼 것이다.
앞서 2021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라틴 문자를 사용하는 언어로 자국명을 쓸 때 '튀르키예'라는 철자를 사용하도록 했고, 유엔은 작년 6월 국호 변경을 공식 승인했다.
튀르키예인들은 '터키'가 영어로 칠면조를 가리키기에 이와 연관 짓는 농담이나 조롱이 만화나 대중매체에 오르내리는 데 불쾌감을 느껴 왔다.
칠면조가 영어로 '터키'인 것은 유럽인들이 북미 토종 칠면조를 보고 당시 오스만제국을 거쳐 유럽으로 수입되고 있던 뿔닭과 혼동했기 때문이라는 설과, 북미 칠면조가 튀르크 지역에서 온 상선에 실려 영국에 들어왔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어느 쪽이든 튀르크 민족의 이름이 새의 이름에 앞선 '원조'인 셈이다.
터키 공영방송 TRT월드는 최근 '터키'라는 영어 낱말이 '멍청이'라는 뜻의 속어로 쓰이기까지 한다는 점을 짚었다.
이 방송은 "구글에서 '터키'라고 쳐보면 나라를 크리스마스나 추수감사절 만찬에 식탁에 올리는 칠면조와 혼동하는 이미지, 글, 사전적 정의를 얻게 된다"고 지적했다.
다른 영어 사용 국가 중에는 현재 '터키'와 '튀르키예'를 사용하는 나라가 섞여 있다. 호주, 캐나다, 인도, 뉴질랜드의 앙카라 주재 대사관 웹사이트에서는 '튀르키예'를, 영국과 아일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관 웹사이트에서는 '터키'가 쓰여 있다.
미국 대사관의 경우에는 두 가지가 혼재한다.
cheror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