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연초 러 막사 동시다발 포격…"1천200명 무력화"
도네츠크·헤르손·자포리자서 연쇄 공격
"고가치 표적 대신 병사 겨냥…추가징집 방해용 심리전일수도"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새해를 전후해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주둔지에 가한 공격으로 1천명이 넘는 러시아군 병사가 사상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동부 도네츠크주와 남부 헤르손, 자포리자 등 3개 방면에서 러시아군 신병 막사 등을 겨냥한 일련의 포격으로 대규모 인명피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4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새해 전날인 지난달 31일 도네츠크주 마키이우카의 러시아군 임시숙소를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으로 공격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공격으로 러시아군 병사 약 400명이 숨지고 300여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군이 밝힌 사상자 규모는 이보다 훨씬 적은 89명이나, 현재로선 양측의 발표 모두 진위를 가리기 힘든 실정이다.
전쟁 중인 군대는 상대방의 피해를 과장하고 아군의 손실은 축소하려는 경향이 있어서다. 다만, 이번 사건의 경우 러시아군 숙소로 쓰이던 건물이 완전히 붕괴한 사실이 사진 등 자료로 확인됐고, 러시아 군 당국조차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 사실을 시인할 정도였다고 NYT는 지적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에 더해 헤르손과 자포리자 곳곳에서도 러시아군 막사로 쓰이는 시설들을 포격했다면서, 총 세 개 방면에서 진행된 이번 공격으로 러시아군 병사 약 1천200명이 사상해 무력화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러시아는 헤르손과 자포리자 지역 주둔군의 피해가 크지 않다면서 인명피해 상황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주변 주민들은 여러차례 폭발음이 울리는 것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NYT도 이달 2일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자포리자주 토크마크의 재향군인회 건물 등이 크게 파손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군사정보를 다루는 러시아 소셜미디어 채널에는 새해 전날 헤르손주 출라키우카 지역이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이 올라왔다. 자유유럽방송은 러시아군 병사들이 주둔하던 돼지농장쪽에서 폭음이 들렸다는 현지 당국자 발언을 보도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군이 HIMARS를 비롯한 장사정 무기를 러시아군 막사를 타격하는 데 사용한 것은 이례적이다. 가격이 비싸고 수량이 한정적인 까닭에 러시아군 탄약고 등 고(高)가치 표적을 노리는 데 우선 써왔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새해를 전후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 이번 공격이 러시아 정부가 추가동원령을 발동해 병력을 충원하는 것을 방해하려는 일종의 심리전일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서방의 무기 지원 덕분에 러시아군에는 더는 안전한 후방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등 러시아 남성들의 징집 기피를 부추기는 발언들을 최근들어 대거 쏟아내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장교 출신 군사 전문가 세르히 흐라브스키는 "최근 일련의 공격은 우크라이나가 작년 9월 동원령으로 징집된 러시아군 신병들을 노리기 시작했다는 의미"라고 말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정부가 연전연패를 거듭하며 밀려나는 전선을 지켜내기 위해 조만간 추가 동원령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최근 화상연설에서 "러시아의 현 지도부가 남아있는 모든 자원과 모을 수 있는 모든 인력을 내던져 전쟁의 흐름을 바꾸거나 최소한 패배를 미루려 한다는 데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