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발언대] "홈페이지 누구나 만들 수 있어요"
웹사이트 제작 툴 진화 이끄는 이수모 아임웹 대표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인터넷 공간 속 영토라 할 수 있는 웹사이트 만드는 일이 전문가의 전유물이던 시절이 있었다. 웹사이트의 얼굴인 홈페이지를 구축했다는 사실 자체가 뉴스거리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웹사이트는 누구나 쉽게 소유하고 운영할 수 있는 것으로 위상이 변모했다. 웹사이트 제작에 연관된 일련의 기술적 과정을 필요 없게 만든 도구(툴) 덕분이다. 이 도구는 '1인 사장' 형태의 온라인 쇼핑몰 창업 전성시대를 열어젖히고 개인 경조사를 알리는 홈페이지가 청첩장과 부고장을 대체하는 배경이 됐다.
2010년 설립된 아임웹(I'mweb)은 웹사이트 구축에 필요한 코딩(coding) 지식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제작 도구를 무료와 유료 버전으로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웹에서 제작하면 모바일에서도 최적화되는 반응형 툴로 2016년 첫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줄곧 성장 가도를 달려왔다.
서비스 론칭 3년째인 2019년 아임웸을 통해 개설된 누적 웹사이트가 10만 개를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 50만 개를 돌파했다.
이 가운데 현재 약 4만 개가 웹사이트와 쇼핑몰을 운영하는 소상공인 중심의 유료 서비스 이용자이고, 이들의 사이트에서 이뤄진 누적 거래액은 3조 원대에 근접하고 있다.
홈페이지 제작 도구 시장은 경쟁이 치열한 레드 오션으로 분류된다.
이런 시장에 후발 주자로 뛰어든 아임웹은 초기에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그저 그런 존재였다.
그러나 '홈페-이지(EASY)는 아임웹'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우며 선발 업체들을 빠르게 추격한 끝에 국내 웹사이트 구축 서비스 시장에서 2위(네이버 검색 트래픽 기준)의 위상을 확보했다.
이수모(40) 아임웹 대표를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위워크 선릉 2호점에서 만나 창업 얘기와 사업 비결을 들어봤다.
◇ 초보자도 쉽게 내 웹사이트 만든다
웹사이트나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코딩 지식이 필요하다. 컴퓨터 언어인 HTML이나 웹페이지용 스타일 시트(프로그램에서 자주 쓰는 서식)인 CSS 등을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이런 복잡한 환경에서 등장한 것이 코딩을 모르는 비전문가들을 위한 '노코드'(No Code) 솔루션이다.
노코드 솔루션 개발업체로 출발한 아임웹이 홈페이지 제작 도구로 내놓은 동명의 브랜드 '아임웹'은 마우스 조작만으로 웹사이트와 쇼핑몰을 만들 수 있게 지원한다.
현재 아임웹이 선보이는 템플릿은 32종으로 쇼핑몰, 예약 사이트 포트폴리오 등의 테마로 구성돼 있다.
사용자는 템플릿 안의 내용과 이미지를 바꾸어 그대로 본인 사이트로 꾸밀 수 있다.
마우스로 끌어다가 배치하는 '드래그 앤드 드롭'(Drag & Drop) 방식으로 간편하게 위젯 위치를 변경할 수 있고, 원하는 그림이나 텍스트를 클릭만으로 추가하거나 수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아임웹 서비스는 PC에서 작업한 웹사이트·쇼핑몰의 레이아웃과 콘텐츠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같은 다양한 화면(디스플레이) 크기에 맞춰 자동으로 바뀌게 설계된 반응형이다
PC에서 작업하면 따로 만들지 않아도 모바일 버전이 저절로 완성된다는 얘기다.
이 시장은 웹사이트 수요 급증 추세에 비례해 2010년대 이후로 폭발적으로 커졌다.
◇ 티끌 같은 존재에서 어엿한 강소기업으로
이 대표의 이력은 독특한 편이다. 고교를 졸업하고 전문대로 진학해 시각디자인을 공부한 뒤 웹 디자이너를 거쳐 창업가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아임웹을 세우기 전에는 약 10년간 웹페이지 사용자 경험을 설계에 반영하는 UX 디자이너로 일했다.
"그때 사람들은 쉽고 편한 것에 끌린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매 순간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 한다는 거죠. 그런데 당시의 웹빌더(웹사이트 제작 솔루션 업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사용법을 이해하기 쉽지 않았고 디자인 면에서도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이 대표는 창업 동기를 묻는 말에 "UX 디자인 일을 하면서 누구든지 직관적이고 편리하게 웹사이트를 만들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재 팀원이 100명 규모로 불어난 아임웹은 티끌에서 어엿한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팀원이 늘어 서울 서대문구 성산로(연희오피스)에 있던 사무실을 그대로 둔 채 강남구 테헤란로 브이플렉스 건물(강남오피스)에 추가 사무 공간을 최근 마련했다.
개발 인원은 강남오피스에서, 마케팅 등 운용 인원은 연희오피스에서 각각 근무하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초기에는 자본금이 많지 않아 1년 동안 혼자서 웹사이트 만들어주는 에이전시로 일하다 프런트 엔드 엔지니어를 채용했어요. 창업 당시 아이폰 붐과 모바일 열풍이 컸는데, '누구나 모바일 페이지를 쉽게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단순한 접근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아임웹이 태동할 무렵에는 '쇼핑몰 3대장'으로 불리는 기존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한 상태여서 비집고 들어갈 여지가 많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로 이 대표는 이미 진입자가 많아 레드 오션이 된 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그가 주목한 것은 시장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였다. 시장을 주도하는 쟁쟁한 플레이어들이 많더라도 소비자 불만은 항상 있게 마련이라는 통찰이었다.
"온라인 비즈니스를 시작하는데 왜 이렇게 어려울까, 진입 장벽은 왜 그리 높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졌던 거죠. 거기서 나온 것이 아임웹입니다."
이 대표는 다른 홈페이지 제작 툴과 비교한 아임웹의 강점으로 직관성과 용이성을 들었다.
"온라인 비즈니스를 시작하려면 개발자와 퍼블리셔를 채용하고, 앱으로 구현할 수 있는 전문 지식을 갖춘 사람도 고용해야 하죠. 아임웹을 사용하면 전문가를 쓰지 않더라도 온라인 비즈니스에 필요한 웹사이트, 쇼핑몰을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UX(사용자 경험)를 최적화한 직관적이고 간편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아임웹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아임웹이 후발 주자이지만 국내 웹사이트 구축 서비스 시장에서 2위에 올라 있다며 사용자가 원하는 UX 디자인을 제공하는 것이 그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그는 애플과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을 비교했을 때 어떤 부분이 기능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하기 어려운 것처럼 UX 디자인을 정량화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웹사이트 구축 서비스의 핵심은 디자인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후발주자여도 결국 사용자들에게 편리한 서비스가 시장의 승리자가 된다고 생각해요."
◇ 해외시장으로 눈 돌린다…나스닥 상장 목표
아임웹은 2020년 대만 서비스를 론칭하는 것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대만을 첫 타깃으로 삼은 것은 SNS 등 기술적인 환경에서 진출하기에 용이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만 시장에 웹사이트와 쇼핑몰 제작을 모두 지원하는 서비스가 없었던 것도 이유가 됐다.
이 대표는 지난해 대만 법인장을 채용해 현지 팀을 꾸렸다며 본격적인 사업을 벌이기 위해 대만 고객들의 수요를 파악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아임웹은 올해부터 북미 중심의 글로벌 시장 진출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미국 나스닥 상장 전자상거래 업체인 쇼피파이 출신 인사를 최고경험관리자(CXO)로 영입했다.
아임웹은 글로벌 사업 방향을 국경을 넘는다는 의미인 '크로스 보더'(Cross Border)와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모바일 온리'(Mobile Only)로 잡고 있다.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존재하는 북미 이커머스 시장에서 단순히 북미 사용자들을 타깃으로 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크로스 보더 역할로 눈을 돌렸습니다. 국내 사용자들의 해외 판로 개척을 도와주는 서비스로 해외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본 거죠. 북미에서 한국 시장에 진출하고 싶은 브랜드도 있을 것이기에 양방향 크로스 보더에 초점을 맞출 생각입니다."
아임웹을 통해 구축된 상거래 사이트의 거래액을 보면 약 80%가 모바일 기반이라고 한다.
이 대표는 이런 트렌드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다양한 모바일 SNS 채널에서 구심점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아임웹은 재작년 9월 알토스벤처스로부터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 대표는 장기 목표인 기업공개(IPO) 계획에 대해선 나스닥 상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 온라인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모든 사람이 어려운 기술에서 소외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기술적 평등주의를 강조하는 이 대표의 아임웹이 정말로 나스닥에 입성하는 날이 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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