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선거 패배, 낙태권 탓"…집토끼 이탈 조짐, 캠프도 한숨

입력 2023-01-04 15:00
트럼프 "선거 패배, 낙태권 탓"…집토끼 이탈 조짐, 캠프도 한숨

캠프 내부서 "트럼프호 침몰 중", 보수 언론도 "멍청한 인식" 비난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2024년 대선 재도전을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두고 캠프 내부에서조차 회의감이 팽배하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그가 유세 전면에 나섰다가 '레드 웨이브'(공화당 압승) 불발로 귀결된 지난 중간선거와 관련한 책임론을 극구 회피하는가 하면, 낙태권 이슈에 대해서는 보수 강경파를 비판하며 자당 지지층을 밀어내는 등 정치적 감각이 떨어졌다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선 캠프 내부의 한 관계자는 가디언에 보낸 메시지를 통해 "트럼프에게는 그 어떤 정치적 기술도 남아있지 않다"며 "캠프는 엉망이고, 배는 침몰하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공화당이 중간선거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반면 미국 정가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대선 사기'를 주장하는 공화당 후보들을 지지한 것이 중간선거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라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많은 공화당원이 성폭행이나 근친상간, 산모의 생명 문제 등에도 예외를 적용하지 않고 '낙태 이슈'를 밀어붙이며 이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 것이 유권자를 대거 등 돌리게 한 원인"이라며 자당에 화살을 돌리기까지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처럼 작년 6월 미 대법원에서 임신 6개월 이전까지 여성의 낙태를 합법화한 이른바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이 공식 폐기된 것이 중간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대법원 결정을 두고 여성 유권자를 중심으로 미국 전역에서 여론의 역풍이 일었고, 임신중절 권리를 보호하자는 민주당이 수혜를 봤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오히려 진영 내 반발만 키우는 형국이다.

특히 그는 재임 시절 강경 우파 대법관 3명을 임명, 대법원을 보수 우위 지형으로 역전시켜놓은 장본인이기도 하다.

보수 성향인 미 폭스뉴스 방송의 진행자 벤 도미니크는 "트럼프는 이미 오래전부터 낙태 금지 판결을 배신했다는 모습을 은연중에 드러냈다"며 "이로 인해 2024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 다른 후보들의 맹공을 받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도미니크는 "낙태권 폐지는 트럼프가 자신의 임기 중 쟁취한 가장 큰 승리"라며 "그가 낙태 이슈에서 좌파로 기우는 것은 멍청한 일"이라고 퍼부었다.

지난달 뉴욕 매거진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슬프고, 외롭고, 관심을 받고 싶어하고, 파탄난 상태에서 재출마에 나서는 척한다"고 비꼬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기사에 대해 반박하고, 기사를 작성한 기자를 비난했지만, 트럼프 캠프 관계자는 해당 기사에 "정확한 내용이 상당히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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