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카시의 굴욕, 미하원 첫날부터 대혼란…반란 속 혼돈의 공화당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3일(현지시간) 열린 제118차 미국 의회 하원의 첫 전체회의에서 개원 첫 절차인 의장 선출이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100년만의 대혼란이 일어났다.
다수당인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57) 원내대표는 당내 경선에서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당내 강경보수파 의원 20명의 반란 탓에 과반 득표에 실패해 의장 선출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매카시로서는 정치적 굴욕을 당한 셈이어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천신만고 끝에 하원의장으로 선출된다고 해도 정치적 입지 위축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를 공개적으로 지지해 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지켜보자"며 계속 지지 의사를 확인하지 않았다.
지난해 11·8 중간선거에서 예상 보다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든 공화당이 자중지란 속에 혼돈의 소용돌이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의장이 선출되지 않는 진공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의회 운영 자체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케빈 메카시는 하원의 의장 선출 실패 후 하원 공화당 내에서 공개적인 반란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프리덤 코커스' 소속 강성 의원들이 던진 이탈표는 이날 3차례 투표를 거치면서 오하이오 출신 짐 조던(58) 의원으로 집결했다.
예년의 보통 여건이었다면 다수당 원내대표인 매카시 의원이 하원의장으로 선출되는 절차는 요식행위였겠지만,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
캘리포니아 출신인 매카시 의원은 2014년 8월부터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다. 작년 11월 선거 1주 후 열린 공화당 하원의원 총회에서도 188대 31로 애리조나 출신인 앤디 빅스(64)를 꺾고 원내대표 연임에 성공했다.
미국 하원 의석은 총 435석이지만 개원 전에 사망한 민주당 소속 당선인이 1명 있어 현원은 434명이며, 이 중 공화당이 222석, 민주당이 212석이다.
하원의장으로 선출되려면 출석해 투표하는 의원들의 과반 지지가 필요하므로, 의원 전원이 참석해서 투표할 경우는 이 중 218표를 얻어야 한다.
매카시는 개원 첫날 1·2차 투표에서 203표를 받았고 3차 투표에서는 오히려 줄어든 202표를 득표했다. 즉, 과반 득표는 커녕 소수당인 민주당의 하킴 제프리 원내대표(212표)보다도 훨씬 적은 표를 얻었다.
하원은 3차례 투표에도 불구하고 의장 선출이 이뤄지지 않자 다음날인 4일 정오에 다시 모여 투표하기로 했으나, 교착 상태가 해소될지 여부는 매우 불투명하다.
전례를 봐서는 며칠 혹은 수십일이 걸릴 수도 있다. 1923년에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는 9차례 투표 끝에야 의장이 선출됐고, 남북전쟁 직전인 1855년에는 2개월여간 133번 투표가 이뤄졌다.
공화당 강경파 의원 20명이 하원의장 선출 투표에서 매카시에게 표를 던지지 않은 이유는 매카시가 '의장 불신임 투표 요건 간소화' 등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는 점이 표면상으로는 가장 크다.
최근 수 주간 앤디 빅스 등 프리덤 코커스를 중심으로 모인 강경파 의원들은 단 한 명의 의원만 제안해도 의장 불신임 투표가 열릴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매카시에게 요구했으나, 매카시는 이 요구를 거부했다.
매카시는 2일 의장 선출 불발 후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계속 접촉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설득 전망은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나의 케빈'이라는 말까지 써 가며 매카시를 공개로 지지해 오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의장 선출 불발 후 관망세로 돌아섰다.
NBC뉴스에 따르면 트럼프는 '아직도 매카시를 하원의장으로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모든 사람들은 내가 자신들을 지지해 주기를 바란다. 상황을 지켜보자"며 매카시 지지를 철회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limhwaso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