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기업 산뒤 CB 찍어 횡령…상장폐지 피하려 거짓 재무보고
금감원, 감사인이 부정 발견한 사례 분석·감사 유의사항 안내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사례 1.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 A조합은 사채를 끌어와 B 상장사를 인수한 뒤 전환사채(CB) 찍어내 조달한 돈으로 비상장사 C에 투자했다.
그러나 C회사는 A조합과 사실상 공모 세력으로, C회사에 투자된 돈은 그대로 무자본 M&A 세력에 흘러 들어가 사적으로 유용됐다.
사례 2. D회사는 영업 손실이 계속되며 상장폐지 위기에 처하자 가공의 매출을 재무제표에 올리기로 했다.
D회사 대주주는 신규 거래처인 E회사에 자금을 대여해 준 뒤 거짓 물품 공급 계약을 맺어 매출을 부풀렸다. 이후 거래처는 D회사 대주주로부터 빌린 돈으로 대금을 지급했다.
사례 3. F회사 대표이사는 장기간 반복적으로 이사회 승인 없이 회삿돈을 빼돌렸다.
회사는 이를 은폐하기 위해 대표가 인출한 자금을 특수 관계자에 대한 대여로 처리하고, 매 분기 말 같은 특수관계자에 대한 채무와 임의 상계시키는 방식을 취했다.
금융감독원은 4일 최근 3년간 외부감사 과정에서 감사인이 부정을 발견한 사례 22건을 수집·분석해 감사 시 유의해야 할 점을 안내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부정행위 대부분(16건)은 경영진으로 나타났다.
양호한 재무 실적 내보이기 위해 재무제표를 왜곡한 사례가 7건, 횡령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부정행위가 15건이었다.
무자본 M&A 세력이 상장사를 인수한 뒤 CB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횡령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대여금 등을 허위 계상한 사례 등이 발각됐다.
상장 요건 충족을 위해 가공 매출을 계상하거나 재고자산을 과대 계상한 사례들도 있었다.
금감원은 감사 시 유의 사항으로 ▲ 비정상적 자금 거래를 하는 무자본 M&A 추정 기업 ▲ 시장조치 대상 재무 기준에 해당하는 기업 ▲ 특수관계자와의 자금 거래가 빈번한 기업 등을 꼽았다.
금감원은 투자자에게도 "투자 대상 기업이 무자본 M&A 기업인지, 시장조치 대상 기업인지 등을 공시 자료를 통해 확인하고 신중히 투자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금감원은 최근 경기 침체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경영진이 거짓 재무 보고나 횡령을 할 유인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에 회계법인에 더 충실하고 꼼꼼한 회계감사를 주문했다.
금감원은 "최근 금리 인상, 금융시장 불안정 지속,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기업들의 매출·재무 실적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자금 조달 및 자금 상환 유예, 재무 요건 충족 등을 위해 경영진의 부정한 재무 보고가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주식, 부동산, 가상화폐 등 자산 가치 급락에 따른 임직원 재무 상태 악화로 횡령 유인도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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