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코로나19 폭증에 폐수 검사 실시…"염기서열 분석 병행"
"석달 간 중국서 오미크론 하위 변이 최대 130개 발견"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이 코로나19 감염자 폭증에 대응해 폐수 검사에 돌입했다.
3년 전 코로나19 팬데믹 초창기 미국, 유럽 등지에서 '조기 경보 시스템'으로 시행했던 폐수 검사 카드를 뒤늦게 '위드 코로나'에 나선 중국도 꺼내 든 것이다.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주 중국의 국가 코로나19 지침에 '폐수 감시'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해당 지침은 지방 정부들이 가정의 폐수를 검사해 감염 규모를 확인하고 동시에 잠재적 변이를 식별하기 위해 바이러스의 염기서열을 분석하도록 했다.
이 지침은 국무원 합동방역통제기구가 "적합한 조건을 갖춘 도시에서 폐수 검사를 실험적 수준에서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뒤 나왔다.
지방 정부들은 폐수 검사를 통해 감염 비율 변화와 바이러스 양의 변화를 추적하고 새로운 감염 파도·변이의 중요한 지표인 염기서열 분석을 시행해야 한다고 해당 기구는 밝혔다.
선전대 장한 교수는 SCMP에 "폐수 검사 파일럿 계획은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대도시에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코로나19 방역 제한을 없애면서 폐수 검사는 현재 도시 규모의 감염 자료를 수집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2020년 홍콩에서 폐수 검사를 이끌었던 홍콩대 장퉁 교수는 홍콩 정부 관련 부처와 연구 기관이 중국 본토 측과 폐수 검사에 대해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SCMP는 중국이 오는 8일 코로나19에 대한 감염병 관리 등급을 '갑(甲)류'에서 '을(乙)류'로 하향 조정하고 입국자에 대한 검역을 전면 완화하기에 앞서 폐수 검사를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식 계획이나 예산이 공개되지 않아 실제 검사 규모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팬데믹 초창기 다른 나라들은 코로나19 감염 규모를 평가하는 데 폐수 검사의 초점을 맞췄다"며 "그러나 중국은 갑작스러운 '위드 코로나' 정책에 따라 전역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폭증하는 가운데 변이 출현이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자 바이러스 염기서열 분석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세계보건기구(WHO)도 중국에 코로나19 확산 상황과 관련한 구체적인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것을 요구하면서 바이러스 염기서열 분석과 임상 관리, 영향평가 등을 강화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SCMP는 "보건 관리들은 지난 석 달 간 중국에서 오미크론 하위 변이 최대 130개가 발견됐으며 감염 확산에 따라 변이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자넬 톰슨 교수는 "중국이 일상 재개에 나서면서 여러 우세한 오미크론 하위 변이가 동시에 급증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위험성이 높은 새로운 변이가 출현하면 폐수 검사자가 관심 대상인 특정 변이의 역학과 유포에 집중할 수 있어 더 맞춤화한 보건 대응이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미국 폐수 기반 역학자 아파르나 케샤비아는 "감염돼 증상이 발현되고 검사를 받기까지 시차가 있기 때문에 폐수 데이터는 임상 시험 결과보다 빨리 감염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미국 기반 연구원들이 전 세계 코로나19 폐수 감시 노력을 취합하는 '코비드19풉스(COVIDPoops19) 프로젝트'에 따르면 70여 개국이 폐수를 통해 코로나19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미 샌디에이고대 과학자들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미국에서 알파, 델타, 오미크론 변이는 관련 첫 환자가 보고되기 10일에서 14일 전 폐수를 통해 먼저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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