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세' 대표 표본지는 어디?…후보지 9곳 놓고 학계 투표중

입력 2023-01-02 16:35
'인류세' 대표 표본지는 어디?…후보지 9곳 놓고 학계 투표중

英 가디언 "수주내 결정…"지표물질은 알루미늄·플루토늄·플라스틱"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인류가 지구 환경을 바꿔놓은 지질시대를 뜻하는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를 대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영국 일간 가디언(Guardian)은 1일(현지시간) 30여 개국 전문가로 구성된 인류세 워킹 그룹(AWG)이 수주일 내 9개 후보지 투표를 통해 인류세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을 선정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AWG는 앞서 2019년 투표에서 인류세 시작점을 20세기 중반으로 잡기로 정했으며, 지난달에는 인류세 단위를 홀로세(Holocene)와 같은 '세'(epoch)로 규정할지, 홀로세에 속한 '절'(age)로 규정할지를 놓고 투표도 했다.

현재 집계 중인 AWG의 표본지 투표 결과와 향후 진행될 투표 내용 등은 권고안 최종 완성 때까지 공개되지 않는다. AWG는 모든 투표가 끝나는 올봄께 지질학 위원회 3곳에 권고안을 제출, 인류세 공식화 여부를 판단 받게 된다.

각 위원회 60% 이상의 승인을 얻으면 인류세는 지질시대 중 하나로 인정되지만, 충분한 표를 얻지 못하면 향후 수년간은 등재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구의 46억년 역사는 가장 큰 시간 범위인 누대(eon)부터 대(era)-기(period)-세(epoch)-절(age)로 나뉘며 현재는 '현생누대-신생대-4기-홀로세-메갈라야절'이다. 홀로세는 '마지막 빙하기 이후 현재까지' 1만1천700년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인류가 번성하면서 전 지구적으로 큰 변화를 일으킴으로써 홀로세가 끝나고 새 지질시대가 시작됐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인류가 각종 광물을 채굴하고, 화석연료를 태워 온실가스를 내뿜고, 핵무기 등으로 방사성 물질을 방출, 지구 지질에 근본적 변화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런 변화가 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레스터대 얀 잘라시비치 교수는 "인류가 지구 지질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에는 의미할 여지가 없다"며 "문제는 어느 곳이 이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느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AWG 투표에서 인류세 표본지 후보로 오른 곳은 ▲ 일본 규슈섬 벳푸만 해양 퇴적물 ▲ 캐나다 온타리오주 크로퍼드 호수 진흙층 ▲ 호주 플린더스 산호해 산호 ▲ 발트해 고틀란드 분지 해양 퇴적물 ▲ 남극 팔머 빙핵 얼음 ▲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빌호 퇴적층 ▲ 중국 지린성 쓰하이룽완 호수 진흙 ▲ 폴란드 수데테스산맥 늪지 토탄 ▲ 멕시코만 웨스트 플라워가든 뱅크 산호 등 9곳이다.

과학자들은 인류세를 대표하는 지표 물질로 알루미늄 금속과 방사성 물질 플루토늄, 합성물질인 플라스틱 등을 꼽는다.

잘라시비치 교수는 "자연에서 순수 알루미늄 금속은 극히 소량만 있고 거의 모든 알루미늄은 산화물 등 형태로 존재한다"며 "인류는 지난 100간 엄청난 양의 알루미늄 금속을 생산, 주전자부터 항공기까지 많은 제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수명을 다한 알루미늄은 일부 재활용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버려졌다"며 "먼 미래 지구에 올 외계인에게 이런 알루미늄은 이 시기 지구에 어떤 특별한 일이 일어났음을 보여주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스터대 콜린 워터스 교수는 핵실험 등에서 대량 방출되는 방사성 물질 플루토늄과 화학산업 발달과 함께 폭발적으로 늘어난 플라스틱을 지표 물질로 꼽았다.

그는 플루토늄에 대해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지상에는 플루토늄이 없었는데 갑자기 증가했다"며 "플루토늄은 인류세가 1950년대 초 언젠가 시작됐음을 알려주는 좋은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950년대부터 널리 사용된 플라스틱도 인간세 지표 물질이 될 수 있다"며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홀로세 후보 표본지 중 어디가 인간세에 일어난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결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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