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치고, '1일 1환타' 베네딕토 16세…'프라다 논란'도(종합)
수줍은 '책 애호가'에 베토벤·모차르트 심취…애묘인 면모도
임기내내 멋쟁이…패션잡지 '베스트 드레서' 선정 이력도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최재서 기자 =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31일(현지시간) 선종하자 그가 보여줬던 색다른 면모들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주변 사람들에게 수줍음 많은 '책 애호가'로 통했다.
오죽하면 찾아오는 방문객들에게 "내 진정한 친구들은 책들"이라고 소개할 정도였다고 한다.
수준급 피아노 실력을 지녔던 그는 피아노도 즐겨 쳤으며, 특히 모차르트와 베토벤 등 클래식 음악에도 심취해 있었다.
키우던 고양이를 매우 아꼈고, '1일 1캔'을 따 마실 정도로 탄산음료 환타에 빠져있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임기 내내 '멋쟁이'로 꼽혔다. 2007년 패션지 에스콰이어가 '베스트 드레서' 중 한 명으로 선정할 정도였다.
특히 그의 신발이 주목받았다.
그는 임기 내내 교황의 흰색 수단과 크게 대비되는 빨간색 구두를 신었다. 바티칸에 이탈리아 구두 제작자들에게 직접 의뢰해 제작했다.
한때 이탈리아 일부 인터넷 매체의 의혹 제기로 명품 브랜드 프라다의 구두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베네딕토 16세의 새빨간 구두는 임기가 27년이나 됐던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평범한 신발과 크게 대비되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원래 역사적으로 모든 교황은 실내에서도 빨간 신발을 신었다.
교황의 붉은색 신발은 십자가에 못박인 예수의 피에 젖은 발, 혹은 가톨릭 순교자의 흘린 피를 상징한다는 해석이 있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패션이 주목받은 사레는 이 밖에도 있다. 2006년에는 챙이 둥그런 교황의 붉은색 모자 '카펠로 로마노'를 착용했다. 요한 바오로 2세 이전부터 이미 교황들이 기피하던 모자였다.
2005년 겨울에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붉은 벨벳 재질에 끝단이 풍성한 흰 털로 꾸며진 '카마우로' 모자를 작용했다. 누가 봐도 산타 모자지만, 이 역시 교황이 방한용으로 쓰는 전통 복식으로 파악됐다.
보수 성향의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가톨릭 전통 복식을 되살리려고 이 같은 '패션'을 선보였을 거라는 분석이 나왔다.
전임 요한 바오로 2세나 후임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 복식을 지키면서도 자신의 스타일을 반영했다. 둘은 모두 평범한 어두운 색 구두를 신었다.
가톨릭 역사 600년 만에 살아생전에 교황직을 내려놓은 베네딕토 16세의 성품이 이런 복식에 드러난다는 평가도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 종교매체를 이끄는 로코 팔모 편집장은 "베네딕토 16세는 교황 선출을 영광스러운 자리로 본 것이 아니라 가톨릭 교회를 이끌어야 할 겸손한 자리로 본 것 같다"며 "교황의 옷을 하나의 유니폼으로 입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자세는 왕처럼 교황직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 의무적인 여정이 끝난 것처럼 교황직을 두고 떠나는 베네딕토 16세의 자세와도 일치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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