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교수, 생방송서 학위증 찢어…탈레반 여성교육 차별 항의
"누이, 어머니 공부할 수 없는 교육 받아들일 수 없어"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의 한 교수가 생방송 도중 탈레반 정권의 여성교육 차별 정책에 항의하며 자신의 석·박사 학위 증서를 찢었다.
30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 영상 등에 따르면 아프간 수도 카불의 사립 마샬대 창립자인 이스마일 마샬 교수는 지난 26일 아프간의 톨로뉴스 방송 도중 이런 행동을 보였다.
명문 카불대에서도 강사로 일하는 그는 방송에서 자신이 가진 석사, 박사 학위 증서를 차례로 들어 보인 후 찢어버렸다.
마샬 교수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이 증서들은 원본이며 오늘부터 나는 이 증서가 더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 나라는 교육을 위한 곳이 아니다"라며 "만약 내 누이와 어머니가 공부할 수 없다면 나는 이 교육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영상을 SNS에 공유한 아프간 전 정부의 정책 고문 샤브남 나시미는 "카불대의 교수가 생방송에서 자신의 학위 증서를 파기한 것은 믿기 힘든 장면"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아프간을 재장악한 탈레반은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앞세워 여성 차별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탈레반은 중·고등학교 여학생에 대한 교육을 허가하지 않은 가운데 지난 20일에는 이슬람 복장 규정 위반을 이유로 대학에서도 여성 교육을 금지했다.
이어 여성의 비정부기구(NGO) 활동까지 제한한 상태다.
앞서 아프간 여성들은 이미 공원이나 놀이공원, 체육관, 공중목욕탕 출입도 금지됐다. 이들에게는 얼굴까지 모두 가리는 의상 착용이 의무화됐고, 남자 친척 없이 홀로 여행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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