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입국자 방역 강화 발표에 여행업계 "상황 지켜보며 대비"
"어차피 여행수요 회복에는 시간 걸려…현지 동향 주시"
"사드 보복 같은 반한 감정 생길지 촉각…적절한 관리 필요"
면세업계 "인천공항 운영사업자 입찰 영향 우려"
(서울=연합뉴스) 차민지 오지은 기자 = 정부가 다음 달 2일부터 중국발 한국행 단기 비자 발급과 항공편 추가 증편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하자 여행업계가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코로나 방역 완화로 한중 관광이 활성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었으나 당장 중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 방역이 더 큰 문제로 다가오면서 일단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당초 실질적인 여행수요 회복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던 만큼 방역 이슈가 해소되기까지 기다리면서 관광 인프라 재건 등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내비치기도 했다.
여행업계의 이런 반응에는 관광이 대대적인 코로나 재유행의 원인으로 지목돼서는 안 된다는 경계심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30일 연합뉴스에 "업계에서는 중국의 방역 조치 완화를 여행 회복에 필요한 중간단계 정도로 받아들였다"면서 "중국인 관광객 숫자가 단기간에는 회복되지 않고 점진적으로 많아질 걸로 예상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현지 동향 등을 주시하고 중국 내 파트너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등 여러 정비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여행업협회 관계자도 "정부의 방역 정책에 협조하되 중국 내 코로나 상황이 안정됐을 때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 정부가 다음 달 8일부터 입국자 격리 규정을 없애고 자국민 해외여행을 점진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발표하자 중국 내에서 한국행 항공편의 검색량·예약률이 급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여행업계는 중국 정부의 발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중국발 항공편이 코로나 이전의 약 5% 수준에서 운영되고 있는 점, 단체관광 비자에 대한 세부 조치가 나오지 않은 점을 들어 내년 상반기에야 본격적인 중국인 관광객 유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내 반한 감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중국에도 한국의 방역 조치 강화 소식이 알려지며 부정적인 댓글이 붙고 있다"며 "한중 간에 갈등이나 마찰이 생겨 정서적인 거리감이 생기고 나면 한국에 방문하고 싶다는 욕구를 촉진하기 상당히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등은 중국 입국자에 대한 방역 조치를 강화했으나 태국처럼 환영 입장을 보이는 국가도 있다"며 "지금 당장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또 다른 여행업계 관계자는 "과거 사드 보복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적절한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창 기대감을 보였던 면세업계는 찬물을 끼얹은 분위기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발표에 따라 온탕과 냉탕을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나아가 면세업계에서는 중국발 입국 규제로 인천공항 운영사업자 입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입찰 신규 사업자로 선정되면 내년 하반기부터 운영하게 되는데 이번 중국발 입국 규제로 회복 시점이 늦어지면 수익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부가 발표한 방역 강화 방안에 따르면 다음 달 2일부터 31일까지 한 달간 중국 내 공관에서 단기 비자 발급이 제한된다.
외교·공무, 필수적 기업 운영, 인도적 사유 등의 목적으로는 비자 발급이 가능하며 추후 상황에 따라 발급 제한 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
중국발 항공의 추가 증편은 잠정 중단하고 도착 공항을 인천공항으로 일원화한다. 내년 2월 28일까지 약 두 달간은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입국 전 코로나19 검사가 의무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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