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 전기차로 숨통 텄지만…북미조립·핵심광물 규정 '난관'
美IRA 보조금 받는 상용차에 리스차 포함해 韓 피해 일단 완화
'북미 조립' 변경 쉽지 않아…내년 3월 배터리·핵심광물 규정도 관건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에 리스 차량을 포함하면서 한국산 전기차도 보조금 혜택을 일부 누릴 수 있게 됐다.
다만 일반 고객에 판매하는 전기차의 경우 '북미 최종 조립' 요건을 충족해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데 이는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 재무부는 29일(현지시간) 자주하는질문(FAQ) 형식의 자료를 통해 IRA의 전기차 관련 규정에 따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상업용 전기차를 안내하면서 리스 차량도 포함된다고 명시했다.
기업이 사업 목적으로 구매하는 상업용 전기차는 일반 고객이 사는 전기차와 달리 북미에서 최종 조립하거나 배터리 및 핵심광물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최대 7천500달러(약 1천만 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국 정부와 현대차는 그간 한국산 전기차가 '북미 최종 조립' 규정에 막혀 보조금을 전혀 받을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상업용 전기차의 정의에 리스회사가 임대용으로 구매하는 전기차도 포함하도록 미국 정부를 설득해왔다.
현대차는 소비자에게 차를 직접 판매할 뿐 아니라 상당량을 리스회사 등 법인에 판매하기 때문에 상업용 전기차 규정을 최대한 활용하면 IRA 시행에 따른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도 재무부의 이번 해석이 현대차 같은 외국 자동차업체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인 '북미 최종 조립' 규정이 그대로라는 점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무부는 아직 '북미 최종 조립'과 관련한 세부 규정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와 현대차는 이미 미국에 전기차 공장을 건설 중인 현대차도 세액공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북미 최종 조립의 정의를 완화하거나 이 규정의 시행을 3년 유예해줄 것을 미국 정부에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상업용 전기차와 달리 '북미'의 의미가 꽤 명료하다는 점에서 재무부가 이를 달리 해석할 여지는 그리 많지 않다.
미국 정부도 그동안 한국과 협의에서 이 규정을 바꾸는 게 어렵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부가 이날 공개한 FAQ는 "최종 조립 장소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북미는 일반적으로 미국, 캐나다, 멕시코를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규정 유예도 법 자체를 개정하지 않고서는 쉽지 않다.
설사 '북미 최종 조립'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한국산 전기차가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배터리 및 핵심광물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IRA의 전기차 세액공제 조항은 내년부터 배터리에 북미에서 제조 또는 조립한 부품을 50%(2029년 100%로 연도별 단계적 상승) 이상 사용해야 3천750달러를,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의 40%(2027년 80% 이상으로 연도별 단계적 상승) 이상을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해야 나머지 3천750달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들 규정 적용은 재무부가 세부 규정을 공개하기로 한 내년 3월까지 연기된 상태다.
대신 재무부는 이날 배터리와 핵심광물 세부 규정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재무부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로 호주, 바레인, 캐나다, 칠레,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도미니카공화국,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혼두라스, 이스라엘, 요르단, 한국, 멕시코, 모로코, 니카라과, 오만, 파나마, 페루, 싱가포르를 명시했다.
그러면서 이밖에 다른 국가를 추가로 식별하도록 재무장관에 제안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배터리 및 핵심광물 규정이 한국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마련되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주미한국대사관 관계자는 "3월에 나오는 세부 규정을 지켜보면서 핵심광물 비율을 인정하는 FTA 체결국에 인도네시아와 아르헨티나 등 우리 기업이 주로 광물을 조달하는 국가가 포함되도록 계속 협의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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