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하루 70∼80회 포격"…헤르손서 성탄절 후 피란행렬
우크라가 지난달 탈환한 남부 요충지, 러시아 집중 공세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우크라이나가 지난달 되찾은 남부 요충지 헤르손에서 러시아의 공세가 격화하면서 성탄절 이후 민간인 피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BBC는 28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공격이 급증하면서 성탄절 이후 헤르손에서 약 400명이 탈출했다고 보도했다.
세 딸과 함께 정부가 제공한 기차에 올라탄 엘레나씨는 BBC에 "전엔 러시아군이 하루 7∼10회 포격했는데 이제는 온종일 70∼80회를 한다"며 "우크라이나와 헤르손을 사랑하지만, 너무 무섭고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13살 딸 니카는 기차역 대기실 유리창에 얼굴을 딱 붙이고 배웅하는 친구에게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며 인사를 했다.
이들 가족은 갈 곳을 정하지 못하고 일단 서부 도시로 향한 뒤 도움을 구해보기로 했다.
성탄절 당일 아침에는 검문소 앞에 헤르손을 빠져나가려는 차가 길게 줄지어 늘어섰다고 BBC가 전했다.
가족과 함께 차에 타고 있던 이리나씨는 기자를 보고선 눈물을 흘리며 "더는 못 참겠다. 포격이 너무 심하다. 우리는 이 사태가 지나가리라 생각하며 버텼는데 바로 옆집과 아버지 집에 폭탄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성탄절 전날엔 러시아가 중앙시장을 집중적으로 포격하며 정육점 직원, 휴대전화 심카드 판매상 등 11명이 사망하고 50명 이상이 다쳤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러시아 포격이 41회에 달했다고 말했다.
27일엔 여성 병원이 폭격 됐는데 이는 아기가 태어난 직후였다고 우크라이나 외무부 차관을 인용해서 더 타임스가 전했다.
러시아는 드니프로강 동쪽 둑에서 발포하고 있으며, 수로는 사실상 우크라이나 남부 최전선이 됐다.
BBC는 러시아가 헤르손 포격으로 얻으려는 게 뭔지 알기 어렵고 우크라이나군도 드리프로강 동쪽 지역을 장악하려고 시도하고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적십자 자원봉사자인 드미트로씨는 BBC에 "가장 많이 화가 나는 것은 러시아군이 항상 주택, 아파트, 보일러실 같은 민간 기반시설을 공격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헤르손 주민 라리사씨는 "전기와 수도가 가끔 잠깐 들어왔다가 포격 때문에 끊기고 밤은 무척 무섭다"며 "그래도 가스가 있어서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고 말했다.
mercie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