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일몰법안 처리 또 무산, 마지막까지 협상 속도 내야
(서울=연합뉴스) 주요 일몰 법안이 28일 국회 본회의에 끝내 상정되지 못했다. 연말 효력이 끝나는데도 여야가 각자 입장을 고수하며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여야는 연말 추가로 본회의를 열 계획이 없다고 밝혀 일몰 법안의 연내 처리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주요 일몰 법안은 30인 미만 사업장의 추가근로제(주 52시간+추가 8시간)를 2년 연장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화물차 안전운임제를 3년 연장하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건강보험 국고지원법이다.
이들 법안 중 발등에 떨어진 불은 추가근로제 연장안이다. 63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생존이 걸린 사안이라 연내 통과되지 않으면 민생에 막대한 타격을 준다. 2021년 기준으로 30인 미만 업체 종사자는 전체 취업자의 68%, 1천800만명에 이른다. 정부·여당에 따르면 현재 30인 미만 업체 중 91%가 추가근로제를 채택하고 있다. 법안이 일몰되면 업체 중 76%가 '아무런 대책이 없다', 66%가 '일할 사람이 없다'고 한다. 연장근로 수당을 못 받으면 그 직장에 일할 수 없다고 하는 노동자는 전체의 64%에 이른다. 인력난에 빠진 뿌리산업과 협력업체가 제때 공장을 돌리지 못해 경영난이 가중되고, 생계유지에도 애를 먹는 서민이 일을 더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하지만 민주당은 주 52시간제가 무력화되면서 근로시간 단축 흐름을 막는다며 무작정 반대한다. 코로나19 사태와 미국발 고금리 현상으로 자영업자들의 빚이 1천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야권은 원칙과 명분을 내세워 영세업체가 벼랑 끝에 몰린 현실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노·정간 최대 현안인 안전운임제도 일몰될 상황에 처했다. 화물차의 과로, 과적, 과속을 막으려 도입된 안전운임제에 대해 노동계는 고물가 시대 최저임금과 같다며 일몰제 폐지 및 영구화를 요구하고 있다. 노동계 요구에 정부·여당은 애초 3년 연장안을 꺼냈다가 화물연대가 이를 거부하고 파업을 강행하자 제안을 철회했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멈췄지만 정부는 협상 불가를 선언하고 노조부패 청산을 주요 국정과제로 삼고 노동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화물연대 파업 종료를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오르자 여권의 태도가 달라졌다며 정략적 태도를 버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안전운임제의 효과를 두고는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정부는 안전운임제의 효과가 없다고 하지만, 파업 전 일몰 연장을 제안한 만큼 책임 있고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게 옳다.
일몰 법안 논의가 전개되는 과정을 보면 여야 모두 나라 경제보다 그들의 지지층을 의식해 민생 현안을 다룬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여야는 말로만 민생을 외칠 게 아니라 밤을 새워서라도 새해를 맞기 전까지 타협안을 내놔야 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타협안이든 대안이든 조속히 협상을 마무리 짓고 결실을 내놓는 것이 민생고에 시달리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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