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할 결심' 확고한 베이비부머가 美 노동력 부족 악화시켜

입력 2022-12-28 16:57
'은퇴할 결심' 확고한 베이비부머가 美 노동력 부족 악화시켜

NYT "임금상승→인플레→금리인상→경기침체 이어질 우려"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후 베이비붐 세대 은퇴가 빨라져 노동력 부족이 심화하면서, 그간 인플레이션 억제에 주력해온 미국 정책당국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노후 재정을 위해 은퇴를 미뤘던 과거 대공황 이후 시기 고령 노동자들과 달리 최근 65세를 넘긴 많은 베이비붐 세대가 노동시장을 떠난 뒤 돌아오지 않고 있다.

2차 세계대전 후인 1946∼1964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의 조기 은퇴는 노동력 부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입안자들의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노동력이 부족해지면 임금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억제가 어려워지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져 경기침체 위험이 더욱 증가하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연설에서 코로나19 창궐 전인 2020년 이전 추세를 기반으로 예상했던 것보다 노동시장에서 약 350만 명이 더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팬데믹 사망자 증가와 이민 감소로 설명할 수 있지만, 약 200만 명은 단순히 은퇴한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이들 은퇴자가 다시 노동시장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팬데믹 초기 몇 달간 기업들의 정리해고와 학교 폐쇄, 재택근무 등으로 일자리를 잃은 수백만 명 중 상당수가 백신 도입과 기업활동 재개 후 돌아왔으나 고령 노동자는 극히 일부만 복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연령 인구 대비 노동 참여 인구를 의미하는 노동력 인구 비율은 18∼64세의 경우 2020년 초 수준을 회복했으나 65세 이상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훨씬 밑돌고 있다. 이 연령층에서만 90만 명 정도가 노동시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앞당기는 이유로 은퇴 생활에 대한 기대나 팬데믹에 대한 두려움 등 외에도 이들이 팬데믹 기간 정부의 적극적인 부양책과 금융자산 증가 등으로 재정적으로 풍요롭다는 점을 꼽는다.

파월 의장은 "매우 높은 임금과 타이트한 노동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고령 노동자들의 참여는 우리가 생각해온 것과 달리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들은 단지 은퇴를 앞당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인구가 늘면서 노동력 부족의 영향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는 실업자 1명당 1.7개의 일자리가 있는 상황이며 이에 따라 임금도 수십 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많은 노동자가 이대로 영구적 은퇴를 선택한다면 노동시장의 균형을 위해 연준은 더 적극적으로 금리를 인상함으로써 소비자 지출과 사업 확장을 억제하고 경기 과열을 막고 고용을 둔화시켜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 그 과정이 매우 고통스럽고 경기 침체 촉발 위험이 크다는 문제가 있다.

파월 의장은 "단기적으로 노동시장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노동 수요 증가를 완화하는 조지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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