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사업자 빼라' 건설사 압박한 민주노총 건설노조 제재
'현장서 안 빼면 레미콘 운송 중단' 압력…공정위, 과징금 1억원 부과
'특고 노조도 사업자 단체' 판단…화물연대 사건에 미칠 영향 주목
(세종=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가 '한국노총 소속 사업자를 건설 현장에서 배제하지 않으면 레미콘 운송 등을 중단하겠다'며 건설사를 압박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위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인 건설기계 대여업자들이 모인 노동조합을 '사업자단체'로 판단하고, 이들이 공정거래법을 어겼다며 재발 방지 명령과 과징금 1억원 제재 부과를 결정했다.
28일 공정위에 따르면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는 2020년 5∼6월 부산 송도 현대힐스테이트 공동주택과 서대신 한진해모로 공동주택 건설 현장을 찾아 한국노총 소속 사업자를 현장에서 배제할 것을 요구했다. 일감 확보를 위해서였다.
부산건설기계지부는 부산지역의 레미콘, 유압 크레인, 굴착기 등 건설기계 대여업자들로 구성돼있다. 이들 상당수는 보유한 기계를 빌려줄 때 직접 운전도 하기에 특고에 해당한다.
부산건설기계지부는 한국노총 소속 사업자와의 거래를 끊지 않으면 레미콘 운송·건설기계 운행을 중단하겠다고 건설사에 통보했고 실제로 레미콘 운송을 열흘간 중단하기도 했다.
이에 공사가 늦어질 것을 우려한 건설사는 한국노총 소속 사업자와의 유압 크레인 임대차계약을 중도에 해지했다.
공정위는 이 사건이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사업자단체가 사업자에게 부당하게 거래를 거절하도록 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부산건설기계지부 소속 대여업자들은 부산 지역 등록 건설기계의 29.5%, 부산과 경남 일부 지역(김해·양산·진해) 레미콘 차량의 97.6%를 보유하고 있어 영향력이 큰 만큼, 다른 사업자들이 대체 거래처를 찾기 어려웠을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이번 사건에서는 특고인 건설기계 대여업자들을 사업자로 볼 수 있는지, 이에 따라 이들이 모인 노조를 사업자단체로 볼 수 있는지가 최대 쟁점이었다. 공정거래법은 사업자와 사업자단체에 대해서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건설기계지부는 조합원들이 실질적으로 사업자가 아닌 근로자이며, 지부가 속한 건설노조는 적법한 노조이므로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부산건설기계지부 대여업자들에 대해 '자신의 계산 아래 자신의 이름으로 건설사와 건설기계·임대차계약을 체결해 임대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대료를 받는 공정거래법 사업자'라고 판단했다.
특고의 지위도 인정되지만, 이는 사업자 지위와는 별개로 봐야 한다는 게 공정위의 결론이다.
또 '2인 이상 대여업자가 공동 이익을 증진할 목적으로 조직한 결합체'이므로 노조 여부와 별개로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라는 결론을 내렸다.
공정위가 최고 의결기구인 전원회의를 거쳐 건설노조 지회에 대한 제재를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에는 심사관 전결을 통해 경고 조치를 내린 적만 있다.
공정위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총파업 과정에서 사업자단체 규정을 어겼는지 조사 중이다.
해당 사건도 노조를 사업자단체로 보고 공정거래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가 쟁점인 만큼, 이번 건설노조 심의 결과가 향후 사건 처리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태휘 공정위 부산지방사무소장은 "건설기계대여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에 대해 지속해서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건설기계대여 시장에서 위법행위의 근절을 위해 관계부처와 긴밀히 공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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