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나도?"…전세사기 급증에 보증보험 가입 역대 최대

입력 2022-12-27 16:11
"혹시 나도?"…전세사기 급증에 보증보험 가입 역대 최대

올해 23만2천812세대 가입…내년 역전세에 보증금 문제 더 커질 듯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직장인 A(30)씨는 최근 법원 인터넷등기소를 이용해 자신이 사는 전셋집의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확인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들리는 전세 사기 피해 소식에 내 집은 안전한지 확인해보기 위해서다.

A씨는 "지인이 인천 '건축왕' 사건으로 전세 보증금 피해를 당한 걸 보고 전세에 사는 나도 절대 안전하지 않다고 느꼈다"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을 따로 가입하지 않았는데 이제라도 들어야 할 것 같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이른바 '빌라왕'과 '건축왕' 등 전세 사기 피해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가입 규모가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HUG 등에 따르면 이달 1~26일 HUG에서 보증보험을 새로 발급한 세대는 1만8천46세대로, 올 한해 23만2천812세대가 보증보험에 가입했다.

아직 이달 말까지 닷새가량 남아있지만 벌써 지난해 전체 발급된 세대 수(23만2천150세대)를 웃돌아 역대 최다를 기록한 것이다.

같은 기간 보험 발급 금액도 54조2천280억원으로, 작년 한해(51조5천508억원)를 뛰어넘었다.

갭투기를 이용한 조직적인 전세사기가 잇따라 일어나는 데다가 전셋값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하락하는 역전세 우려가 늘어나면서 전세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이들도 덩달아 늘어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가입자는 2013년 9월 해당 상품 출시 이후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2015년 3천941세대에 불과했던 가입자는 2016년 2만4천460세대, 2017년 4만3천918세대, 2018년 8만9천351세대로 차츰 늘어나 2019년 15만6천95세대, 2020년 17만9천374가구, 지난해 23만2천150가구로 불과 6년 만에 60배 가까이 불어났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은 세입자가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가입하는 보증상품으로 집주인이 계약 기간 만료 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보증기관이 대신 보증금을 가입자(세입자)에게 지급(대위변제)하고, 나중에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받아내는 것이다.

보증보험 가입자가 증가하는 만큼 보증사고와 대위변제액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달까지 HUG의 누적 대위변제액은 7천690억원으로 이미 작년 한 해 규모(5천40억원)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향후 전셋값 하락으로 역전세 문제가 심화하면서 전세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는 일은 더 많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내년 상반기에는 전셋값 하락과 그에 따른 역전세 문제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전세 계약을 했다면 보증보험 가입 등으로 안전핀을 마련해두고, 아직 계약하지 않았다면 보증금 리스크가 낮은 월세를 고려해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chi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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