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벨라루스 올림픽 메달리스트, 궐석재판서 징역 12년
망명한 전 국대 수영 선수…야권 지도자 "부끄럽다"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자진 망명한 벨라루스 올림픽 메달리스트 선수를 포함한 2명이 반정부 활동을 한 혐의로 징역 12년형을 선고 받았다고 AP, AFP 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법원은 이날 전직 수영 국가대표 선수 알략산드라 헤라시메냐와 그와 함께 반정부 성향의 벨라루스 스포츠연대재단(BSSF)을 설립한 알렉산드르 아페이킨에 각각 징역 12년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헤라시메냐의 아파트와 자동차, 은행 계좌에 있는 4만8천 달러(약 6천만원)에 대한 압류 명령도 내렸다.
이들은 BSSF 활동을 통해 국가 안보에 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은 모두 현재 자진 망명한 상태라 이날 재판은 궐석으로 진행됐다. 헤라시메냐는 지난 2019년 은퇴를 선언하고 이듬해 가을 리투아니아로 망명했다.
벨라루스 국가대표 수영 선수로 올림픽 경기에서 세 차례 메달을 목에 건 헤라시메냐는 지난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해 아페이킨과 함께 BSSF를 설립하고 반정부 활동으로 당국의 표적이 된 스포츠 선수들을 법적, 재정적으로 지원했다.
또 벨라루스가 개최하는 스포츠 행사를 보이콧하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구소련 국가의 올림픽 출전 정지를 요구했다.
그 결과 작년에 벨라루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유럽육상선수권대회와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대회, 세계근대5종선수권대회 등 대규모 국제 스포츠 행사가 취소됐다.
BSSF는 현재 벨라루스에서 극단주의 단체로 분류돼 있다.
리투아니아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는 벨라루스 야권 지도자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는 이날 법원의 재판 결과에 불만을 드러냈다.
티하놉스카야는 트위터에서 "부끄럽다"며 "이는 정권이 망명 중인 반대자를 처벌하는 방식"이라고 비난했다.
벨라루스에서는 1994년부터 철권통치를 이어오고 있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지난 2020년 8월 대선에서 80% 안팎의 득표율로 압도적 승리를 거두자 투표 부정과 개표 조작 의혹을 제기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경찰은 시위 진압 과정에서 시위대를 구타했고 3천500명여 명을 체포했다.
벨라루스 인권단체 비아스나에 따르면 현재 벨라루스에는 정치범 1천439명이 구금돼 있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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